특집

교구 시복시성추진위, ‘「만천유고」의 「성교요지」 등에 대한 종합적 고찰’ 주제 제5차 심포지엄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6-06-21 수정일 2016-06-22 발행일 2016-06-26 제 300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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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진위 여부 떠나 ‘거룩한 전승’으로서 가치 커”
“「만천유고」 저자 이승훈 아니다” 주장
천주교와 다른 인식 보이는 작품 있어
유교 소양 갖춘 지식인 저술로 추정
“「성교요지」 저자는 이벽” 주장도 제기
중국어 성경 입수해 썼을 가능성 충분

6월 16일 열린 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의 제5차 심포지엄에서 발제자와 논평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세례자 만천(蔓川) 이승훈의 유고집으로 알려진 「만천유고」의 저자를 이승훈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성교요지」의 저자는 이벽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연구결과가 한 자리에서 발표됐다. 또 「성교요지」는 저자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교회의 신앙적 보편성과 일치성을 간직한 ‘거룩한 전승’으로서 큰 가치가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와 같은 내용은 6월 16일 교구청 대강당에서 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위원장 김상순 신부)가 ‘「만천유고」의 「성교요지」 등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주제로 마련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그동안 시복시성추진위원회의 심포지엄이 시복시성을 위한 자료준비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교회사 연구의 저변을 넓히는 학술적인 자리로 마련됐다.

「만천유고」는 이승훈의 유고문집으로 알려진 서적이다. 이 서적에는 이승훈이 저술한 「수의록」, 「만천시고」뿐 아니라 정약전의 「십계명가」, 이벽의 「천주공경가」와 「성교요지」 등이 수록돼있다. 최근 교회사학계에서 「만천유고」 저자의 진위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구장 이용훈 주교, 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 교구장대리 문희종 주교(앞줄 오른쪽부터)와 청중들이 연구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만천유고」의 내용 중 「수의록」과 「만천시고」에 관한 연구와 특별히 「만천잡고」에 실린 이벽의 「성교요지」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 내용이 발표됐다.

원재연 교수(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수의록」에 관한 연구의 중간결론으로 “「수의록」 중 ‘창시(創始)’의 경우 그리스도교의 인식과는 달라 천주교 신자가 아니거나 유교적 소양에 입각해 천주교를 이해했던 초기 교회 지식인 신자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이승훈이 「수의록」의 저자가 아닐 가능성을 시사했다.

「만천시고」의 작자를 연구한 서종태 교수(전주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는 “「만천시고」에 노출된 용인·이천의 지명과 이벽 등의 인명을 살펴볼 때 작가가 이승훈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만천시고」의 시 70수 중 이승훈의 저작으로 단정할 수 있는 시는 한 편도 없는 반면, 33수가 이승훈의 저작이 아니거나, 그의 저작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김정숙 교수(영남대학교 역사학과)는 「성교요지」를 사료(史料)로 보고 현존하는 「성교요지」 필사본의 유통경로와 현재 상황을 검토, 사료비판을 위해 재고해야 할 점을 밝혔다.

김 교수는 “「성교요지」는 현재 발견된 원본이 없고 3권의 필사본만이 있을 뿐 아니라 각 판본에도 차이가 있다”면서 “3개의 사료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렬 신부(원로사목자)는 600년부터 1900여년까지 천주교회 한자용어가 어떻게 변천됐는지를 다루면서 「성교요지」의 용어를 검토했다. 김 신부는 「성교요지」의 위작 논쟁에서 언급된 용어들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그는 “「성교요지」에서 문제가 된 용어들은 모두 음(音)만을 따온 가차문자”라면서 “중국에서 활동한 예수회 신부들의 문헌들이 개신교 성경의 저본이 됐음”과 “1700년대 초 번역된 바쎄역 중국어 성경 등을 이벽이 입수해 「성교요지」를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들어 “저자가 이벽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성교요지」의 역사학적·문학적·철학적·신학적 연구의 흐름을 망라한 김동원 신부(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 총무)는 “성경 역시 저자의 직접 저술이 인정되지 않는 책들이 있지만 하느님의 말씀으로 가지는 정경(正經)성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성교요지」는 저자의 여부와 관계없이 선교사와 교회가 없는 척박한 상황에서 복음을 전하려는 신앙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는 ‘거룩한 전승’으로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