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이어지는 묵주기도… 성모님의 자비 닮고 싶다 청하네
묵주기도는 성모 마리아와 더불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 따른 신비를 묵상하며 바치는 기도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사랑하는 이 기도는 성모 마리아에게 장미 꽃다발을 봉헌하는 기도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묵주기도성월을 맞아 교회가 공인한 첫 성모발현지인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 성지를 찾았다. ■ 전 국민이 과달루페노 9월 28일 멕시코시티국제공항에서 택시에 올랐다. 과달루페 성지로 가자고 하자 택시기사는 “바실리카(대성당)!”라 외치며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스페인어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택시기사는 스페인어로 열성적으로 무언가를 설명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설명 중에도 성당을 지나칠 때마다 빠짐없이 성호를 긋는 그가 얼마나 과달루페의 성모를 사랑하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멕시코에서 이렇게 과달루페의 성모에 열성적인 사람을 만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오죽하면 멕시코의 가톨릭신자는 90%정도지만, ‘과달루페노’(Guadalupeno), 즉 과달루페의 성모를 사랑하는 이들은 100%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1531년 과달루페의 성모 발현은 당시 멕시코인 800만 명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도록 이끌었고, 지금도 여전히 멕시코인들의 신앙을 지켜주고 있다. 대부분의 성모발현은 성모가 발현한 지명을 대표적인 이름으로 사용하지만, 과달루페는 사실 성모가 발현한 지명은 아니다. 멕시코시티 테페약 산에서 발현한 성모는 자신을 ‘과달루페(Guadalupe)의 영원하신 동정 마리아’로 부르길 원했다. ‘과달루페’는 ‘뱀을 물리친 여인’이라는 뜻이다. 공항에서 30분가량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자 멀리 고풍스런 성당이 보였다. 과달루페 성모 성지의 옛 성당이다.■ 성모 형상 담긴 틸마 자체도 신비
언덕 위에서는 성지의 두 바실리카가 보였다. 노란지붕의 고풍스러운 바실리카는 1709년 세워졌다. 하지만 현재 지반 침하로 건물이 기울어져 사용하지 않고 1976년 옛 성당 옆에 1만 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바실리카를 지어 성모의 모습이 담긴 틸마를 보관하고 있다. 틸마에 담긴 성모의 모습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새 바실리카로 걸음을 옮겼다. 틸마는 제대 뒤편에 보관돼 있어 미사를 드리는 신자들이 제대와 함께 바라볼 수 있었다. 아울러 성지는 신자들이 틸마를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제대 뒤에 공간을 만들고 무빙워크를 설치했다. 검은 머리에 갈색 피부. 멕시코 원주민과 같은 모습을 한 성모는 온화한 미소로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틸마에 담긴 성모의 형상 자체도 신비롭지만, 이 틸마 자체도 현대과학으로도 풀리지 않는 신비를 담고 있다. 틸마의 재료인 ‘아야테’라는 직물은 일반적으로 20년 이상 보존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5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특별한 보존처리 없이 보관되고 있는데도 직물의 상태와 성화의 색감에 변화가 없다. 심지어 1921년 멕시코 공산당원들이 이 성화를 없애려고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켰을 때도 제대는 산산조각 났지만 성화는 무사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그림에 붓질의 흔적이 없을 뿐 아니라 안료 역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것”이었으며, 우주광학 장비를 사용해 틸마에 새겨진 성모의 눈을 2500배 확대하자 성모의 동공에 비친 사람들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과달루페 성모발현과 함께 전파된 강한 성모신심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신자들의 끊이지 않는 묵주기도로 이어지고 있다. 신자들의 묵주기도와 함께 울려 퍼지는 과달루페 성모의 메시지는 다름 아닌 자비의 실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12일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봉헌한 과달루페 성모 축일 미사 강론에서 “(과달루페) 성모님은 고통 중의 백성을 돕고 동반하기 위해 테페약으로 달려가셨다”면서 “성모님을 기념하는 것은 우리도 그분처럼 주님의 시선과 자비로운 마음, 그리고 행동으로 다른 이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가도록 초대됐음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과달루페 성모 성지 여행 TIP
우측 시계탑쪽 길따라 테페약 산으로 바실리카 남서쪽에는 ‘축복소’ 자리해 과달루페 성모 성지는 멕시코 멕시코시티국제공항에서 도로를 따라 약 10㎞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지난 7월 서울(인천)-멕시코시티 직항편이 신설돼 기존에 비해 이동시간도 매우 짧아졌다. 공항에서는 전철로도 갈 수 있지만, 치안이 좋지 않아 현지 사정에 밝지 않으면 추천하지 않는다. 택시로 이동하면 약 20분가량 소요되며, 편도 200~300페소(한화 약 1~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성지 입구에서 우측 시계탑쪽 길을 이용하면 경당들을 둘러보고 비교적 완만한 길을 따라 테페약 산에 오를 수 있다. 반대편 길로 내려오면 박물관과 바실리카, 촛불봉헌대 등이 있다. 바실리카 남서쪽에는 사제가 순례자에게 성수를 뿌려 강복해주는 ‘축복소’가 자리하고 있어, 순례를 마친 후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멕시코 과달루페 성지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