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순 시기가 다가오면 신자들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더 열심히 바치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성당을 찾기 어려운 신자들도 많지만, 우리는 비단 14처 앞이 아니더라도 십자가의 길 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할 수 있다. 이번 사순 시기 십자가의 길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쳐보면 어떨까.
■ 십자가의 길의 기원, 예루살렘
십자가의 길의 시작은 초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세기 신자들은 그리스도가 고난을 당하고, 십자가를 지고 걸었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묻힌 자리를 방문하곤 했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고 그를 통해 우리가 얻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기억하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정형화된 처(處)나 기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이 일어난 장소를 따라 행렬하던 전통은 오늘날 십자가의 길 기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십자가의 길’이라는 용어는 중세시기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보나벤투라 등의 성인들도 이 십자가의 길에 큰 관심을 두고 참여했다. 성인들은 십자가의 길을 방문하는 순례의 여정을 단순히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행위로만 여기지 않았다. 이 십자가의 길을 걷는 순례 자체가 신자들의 신심을 수련하는 기도로 봤고, 많은 신자들이 이 십자가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