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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성월 특집] (1) 성모성월의 의미와 유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1-05-06 수정일 2001-05-06 발행일 2001-05-06 제 2248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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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모범 공경…기도·선행 따라야”
발현·기적보다 전례적인 공경 강조
4세기 동방교회서 마리아축일 제정
오늘날 성모성월은 18세기경 시작
5월은 성모성월이다. 교회는 매년 5월을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를 기억하고 다른 어느때보다도 열심히 자주 성모를 공경하고 성모의 모범에 따라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기도와 은총의 삶을 살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성모성월을 맞아 성모성월과 성모신심, 그리고 성모 마리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유래와 중요성

교회는 성모 마리아를 신앙의 대상이 아닌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으로 제시하고 공경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마리아 공경은 이미 2세기부터 시작되었으며 4~5세기경 동방교회에서 마리아의 축일이 제정돼 전례적인 공경이 시작됐다.

특히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임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이를 선언함으로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이 널리 보급되고 권장됐다.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축일은 모두 600여 가지 이상이 되며 그 중에는 온 세계 교회가 다함께 거행하는 축일과 일부 지방 또는 교구나 수도단체에서만 거행하는 축일이 있다. 아울러 공식적인 교회의 신심은 주로 미사전례와 성무일도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교회는 이처럼 전례적이고 공적인 공경외에도 개인의 공경과 신심 행위를 승인하고 권장해왔다. 묵주 기도나 스카풀라, 기적의 메달 등의 개인적인 신심들이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돼왔다.

성모성월은 먼저 동방교회에서 기념되기 시작했다. 이집트 중심의 콥틱 전례에서 고유한 성모성월을 지내기 시작한 것은 11세기에 와서였다. 콥틱 전례력에서 키악(Kiahk)이라는 네 번째 달은 12월 10일부터 1월 8일에 해당하는데 그 중심은 성탄이었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기념한 성모성월은 예수 성탄과 그 모친을 찬미하기 위한 것이었고 신자들은 마리아와 관련된 기도서로 매일 기도를 바쳤다.

13세기부터 8월을 성모성월로 정한 비잔틴 전례는 8월 15일을 성모 안식 대축일로 기념했는데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더 발전하지는 못했다.

서방교회에서는 중세부터 성모성월이 시작됐다. 5월을 성모 마리아의 달로 봉헌하는 관습은 13세기부터 시작됐고 5월과 성모 마리아를 처음으로 연결시킨 사람은 카스티야의 왕 알폰소 10세였다.

로마에서는 성 필립보 네리(1515~ 1595)에 의해 5월을 미약하게나마 성모성월로 지내지기 시작했는데 네리는 젊은이들에게 한 달 동안 성모 마리아에게 꽃다발을 바치거나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선행으로 마리아를 공경하도록 했다.

17세기 말엽 마리아 운동과 함께 5월이 성모성월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1677년 피렌체 부근의 피에솔레 도미니코회 수련원에서 특별한 모임이 생겼고 이 단체는 5월을 성모에게 봉헌하고 신심을 고취했다. 1701년부터는 한 달 동안 매일 축제를 지냈는데 이때 성모호칭기도를 노래로 바치고 마리아에게 장미화관을 바쳤다.

성모성월 신심행사는 18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19세기초 벨기에와 스위스, 19세기 중엽에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도 거행됐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성모성월은 예수회의 디오니시가 1725년 베로나에서 「마리아 성월」을 출판하면서 시작돼 로마, 밀라노 등으로 확산됐다. 이 책에서는 집과 일터에서 성모성월에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제시돼 있었다.

19세기 중엽에 들어 유럽 전역과 아프리카까지 성모성월이 확산됐고 교황 비오 7세(1800~1823)의 성년 대사 선포와 함께 널리 퍼지게 됐다.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가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선포한 뒤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절정에 달했고 성모성월 행사는 공적으로 장엄하게 거행됐다.

의의와 신자들의 자세

성모성월 신심은 역대 교황들에 의해 그 중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돼왔다.

성모성월을 기념하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것은 인류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신 신앙의 모범을 따르기로 다짐하는 한편 하느님의 은총를 성모 마리아를 통해 전구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은 매년 이맘때면 성모성월을 기념하는 예절을 특별히 거행한다. 그럼으로써 성모의 모범을 따라 선행과 기도로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은총을 얻어주기를 간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성모성월신심을 위해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 규정한 전례 예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각 본당이나 가정마다 있는 성모상을 아름답게 꾸미고 말씀의 전례 양식을 빌려 재구성한 성모의 밤 등 각종 행사를 거행하고 묵주 기도를 다 함께 바치는 등의 기도 모임을 갖곤 한다.

하지만 교회는 성모성월 신심, 성모신심이 자칫 발현이나 기적에 치우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보다는 전례적인 공경 안에서 이뤄질 것을 강조했다.

교황 비오 12세(1939~1958)는 교서를 통해 『성모성월 신심이 엄격한 의미에서는 전례에 속하진 않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전례적 예배행위로 간주할 만한 신심』이라고 강조했다. 교황 바오로 6세도 마리아 신심운동이 기적이나 발현에 치우치지 말고 전례적인 공경 안에서 바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65년에 발표한 교서에서 『성모성월은 전세계 신자들이 하늘의 여왕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달』이라며 『교회 공동체와 개인이나 가정 공동체는 이 기간 동안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마리아에게 드리고 기도와 찬양을 통해서 마리아의 숭고한 사랑을 찬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