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27회를 맞는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은 어느 때보다 많은 교회 내 인사들과 유명 문화출판인들이 함께한 축제의 자리였다. 수상 작가들에게는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가 쏟아졌고,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담아낸 작품을 발굴 시상하면서 창작활동을 격려하는 한국가톨릭문학상 취지에도 재삼 격려가 이어졌다. 시상식 현장의 이모저모를 정리해 본다.
◎…시상식은 한국가톨릭문학상 운영위원장인 가톨릭신문 사장 최성준(이냐시오) 신부의 인사말로 막을 올렸다. 학창 시절 「천국의 열쇠」와 「칠층산」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학 작품을 접하며 고민도 하고 성소의 꿈을 키웠던 경험을 전한 최 신부는 “사제로 살며 문학을 통해 삶의 여러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역사 소설은 상상하기 힘든 역사 속 장면들을 작가의 고증과 상상력으로 우리 앞에 펼쳐 주는것 같아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 신부는 참석 내빈을 소개하며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 한국가톨릭문학상 위상을 키우며 이 세상에 평화를 널리 전하는 데 힘쓸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상이 더 큰 등불이 되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격려사에 나선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최근 흑산도 공소를 방문해 공소를 지키는 선교사와 만난 일을 소개하며 “공소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이런 분들이 사라져가는 가치들을 지키는 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문학 하시는 분들도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하는 가치들을 외롭게 지켜내고 있기에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중고등학교 때 읽은 많은 책이 성소를 체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오늘날 청소년들이 입시 위주 교육으로 책 읽을 겨를이 없는 듯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고, 책에 길이 있다고 했는데 오늘날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길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고 전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김범석 영업부문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번 본상 수상작은 역사적인 통찰력을 통해 현 세태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작품상 수상작은 비판적 시선을 잃지 않고도 힘차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용기와 희망을 전하며 독자들 마음에 오래도록 큰 울림을 줄 것”이라며 “2027년 세계청년대회가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모두 함께 모여 신앙을 성찰하고 발전하는 대회가 되어 많은 신자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기대하고, 우리은행 또한 한국가톨릭의 동반자로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사랑과 혁명」의 추천사를 쓴 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는 “김탁환 작가의 수상작을 읽으면서 마치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처럼 심장의 박동을 느꼈고 한 폭의 수려한 산수화를 보는 것 같게 공감했다”며 “천주교신자 이상의 느낌과 직관으로 순교자들의 삶을 시대를 뛰어넘어 본 것에 감사드리고 이에 공감하는 함께한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 대주교는 덧붙여 “오늘 우리가 있게 된 이 장소, 기회, 시간은 앞서 자신을 송두리째 봉헌한 순교자들의 기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밝히고 “우리 순교자들, 무명 순교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시상 및 수상자들의 소감을 듣는 시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축하 꽃다발이 줄을 이었고, 수상자들은 정감 있는 소감으로 훈훈함을 더해 주었다. 김재홍 시인은 축하를 위해 참석한 지인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에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수상자보다는 하객으로 있는 게 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또 살아있는 예술가로서의 느낌이 들게 한 선배 시인들을 거론하며 “이분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자극이 되고 동기가 되고 힘이 된다”고 말했다.
‘섬진강대학교 4학년’이라고 소개한 김탁환 작가는 곡성과 인연을 맺고 「사랑과 혁명」을 집필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면서 ”소설가로 산 지 28년이 됐는데 등장인물들이 가장 고통받는 곳에서 같이 4년을 살며 소설을 쓴 건 태어나서 처음이고, 그래서 이 소설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2027년 정해박해 20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순례를 위해 곡성에 오시면 성지를 걸으면서 설명을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시상식장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계층의 교회 내외빈이 모습을 보였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주교회의,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cpbc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등 교구 기관 본당 단체들의 사제단이 함께했다. 가톨릭문인회 및 출판계 인사들,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및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관계자들도 자리를 빛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운영심사위원들과 후원사인 우리은행 관계자 및 가톨릭신문사 편집 자문위원 등도 참석했다.
「사랑과 혁명」을 출간한 해냄출판사 이혜진(보나) 주간은 “귀한 상을 제정해 27년간 빠짐없이 시상해 온 과정이 대단하다”며 “어찌 보면 다소 가볍고 얇은 것이 선호되는 세태에서 박해사가 주는 의미와 가치에 천착해 시간을 쏟은 작가의 노력이 가톨릭에서 인정받고 지지받아 출판인 입장에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자 관계자들의 뒷얘기도 눈길을 모았다. 김탁환 작가의 전남 곡성 집필실과 생택책방 ‘들녘의 마음’이 있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에서는 이동현(안토니오) 대표와 가족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김탁환 작가와 이 대표는 2018년 미실란 밥 카페 ‘반하다’ 밥을 통해 인연이 됐다. 이동현 대표는 “책을 집필하는 4년의 과정을 지켜보고 한 건물에서 같이 살다 보니 상을 받으신 모습이 너무 감동”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김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제작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