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가톨릭대상수상 주인공들]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2-19 제 139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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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부문 허순덕 여사

매 순간을 주께 봉헌해온 30년

가난한 이가 있는 곳이면 늘 함께해와

〃보다 잘 드는「그분」의 연장 되고파〃

『부모와 자식 사이에 어떻게 공로라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까? 다만 자식으로서의 효도를 한 것뿐입니다』

한 가정의 주부로서、또 불치의병에 시달리는 병자로서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으로 30년 세월을 살아온 허순덕(데레사ㆍ52ㆍ전주 복자성당) 여사는 제2회 가톨릭대상 사랑부문 대상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히면서『이 영광은 우리에게 신앙의 씨앗을 심어주신 순교선조들께 돌리고 싶다』고 두 손을 모았다.

1954년 나바위 성당에 우연히 갔다가 처음으로 대한 14처에 자석처럼 끌려 1955년 3월 영세한 허 여사는 달라고 하기도전에 먼저주신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매 순간을 그리스도께 봉헌키로 결심、거대한 사랑의 탑을 쌓아온 것이다.

허여사가 영세 이후 30년간 행한 사랑의 행각은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수다하다. 교회 내에서의 직책은 전주목자성당 교리교사 레지오단장 프란치스꼬 3회 수련장 애령회총무 교도소후원회 사제양성후원회 회원 등 이지만 이 직책을 중심으로 한 그의 몸으로 뛰는 이웃사랑은 양로원 고아원 공소 갱생원 고학생 행려자 돕기 등 공적 사항에 나타난 것만도 19개 분야이다.

따라서 전주교구 내에서도「가난한 이가 있는 곳이면 항상 허 여사가 있다」는 얘기와 함께 미신자들 사이에서도「살아있는 성녀」로 불리기도 한다.

새벽4시면 기상、기도와 묵상 독서로 하루를 시작하는 허 여사의 놀라운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그리스도의 성체와 십자가에 대한 사랑과 믿음.

이 같은 믿음은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했고 이 새로운 이웃을 통해 허여사는 사랑에 대한 맛을 알 수가 있었다. 이 사랑의 맛은 또 점점 깊어져 그리 넉넉치 못한 형편인데도 재정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활동 가르멜 수녀원 건립에 천만 원을 내어놓았고 그리스도인이라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행려자들의 영적 물적 지원에 남모르는 정성을 쏟았으며 복자성당 내에 빈첸시오의 집을 개설、사랑의 파급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몸이 아플 정도로 사랑에 익숙해져 있는 허여사는 이번 수상으로 인해 작은 정성이 오히려 크게 드러난 것 같아 송구스럽다면서 그분이 허락하시는 한「보다 더 잘 드는 연장」으로 여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허여사는 복자성당 신협 이사장과 사도회장을 맡고 있는 부군 양규철씨와의 사이에 7남매를 두고 있다

◆「문화」부문 김윤주 선생

목마른 이에게 영적양식 공급

23년간 숱한 번역 통해 성서의 대중화 꾀해

〃「알몸의 예수」접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

체계적인 신학공부도、특별히 외국어를 전공한 일도 없이 날카로운 통찰력과 깊은 영성으로 참으로 값진 책을 숱하게 번역、많은 목마른 이들에게 영적인 양식을 공급해온 金允桂(아우구스띠노ㆍ57ㆍ왜관본당) 선생은 제2회 가톨릭대상 문화부문 대상수상에 『자신은 그저 과도기적인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전후의 혼란기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1961년 분도출판사에 입사、23년間 번역을 통한 성서와 신학서적의 대중화에 일익을 담당해온 김윤주 선생은 단어의 뉘앙스、책의 고유한 분위기전달 등에 있어서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번역을 하면서『알몸의 예수』를 접할 수 있었다는데 오히려 감사한다고 밝혔다.

특히『성서를 번역하면서 발견한 성서의 참 맛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은총』이라고 역설하는 김선생을 주위의 이웃들은『성서의 말씀이 몸에 배여 그 향기가 우러나오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일컫는다.

김윤주 선생은 평안북도 퇴천서 태어나 해방 후 서울대를 다니다가 6ㆍ25때 피난、왜관 순심중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감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아 과도기의 학교를 제 궤도에 진입시켰고 이어 여자부 신설의

뒷치닥거리를 도맡아 했다. 그러나 일보다도 교감이라는 자리가 요구하는 것이 피곤해서、때마침 왜관 성 베네딕또수도원에 분도출판사가 재 창설되자 김선생은 출판사에 입사、번역 편집 교정 등 1인다 역을 맡으면서 초창기의 어려움을 함께했다.

당시만해도 성서에 대한 교회의 담이 지극히 높았는데 다 갈등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란 드물었다.

따라서 김 선생은 당시 책임자였던 주꼬르비니안 신부와 함께「성경의 세계」시리즈를 발간、큰 호응을 얻었고 이어 인간의 내면을 살찌우는 주옥 같은 서적 40여 권을 번역 편집해냈다.

이와 함께 74년부터 국내성서학자들이 총동원돼 추진하고 있는 2백주성서 번역사업의 편집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 선생은 2백주 성서가 원문에 충실하다 보니 다소 전문적이라면서 누구나 쉽게 대할 수 있는『대중판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다.

그 동안 분도출판사의 편집부장을 역임、현재 출판위원으로 재직중인 김선생은 아울러 대구교리신학원과 대구가르멜수녀원에서도 강의를 맡고 있으며 부인 백 모니까 여사와의 사이에 2남3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