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에 나이가 있나요? 부르심 느낀다면 문 두드리세요” 사회적 성공 위해 쉴새없이 달렸던 삶 어머니 쓰러진 뒤 꼬박 1년 간절히 기도 ‘오상의 비오’ 성인 알게 된 뒤 성소 확신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소중한 수도생활 세대 차이 등 관계의 어려움도 있지만 하느님 사랑 지상에서 보여주는 공동체 함께 어울리는 형제애 통해 행복 느껴
성소를 느끼는 나이대가 정해져 있을까? 대부분의 교구와 수도회는 입회자격으로 나이제한을 두고 있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입회자격 조건 밖이기 때문에 부르심을 느꼈어도 쉽사리 문을 두드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다소 늦은 나이에 응답하고 치열하게 성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김태형 수사(카푸친 작은형제회)도 그 중 한 사람이다. 38세에 입회해 50대에 사제품을 받게 되는 김 수사. 성소 주일(5월 3일)을 맞아 늦은 나이에 부르심을 받고 수도 성소를 살고 있는 김 수사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 어머니만 살려 주신다면, 남은 인생 당신을 위해 살겠습니다 김 수사는 경상남도 사천 시골 출신으로 서울에 올라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쉼 없이 살았다. 그러다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소위 대박이 났고 잠 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이 밀려 왔다.■ 또 다른 부르심, 수도사제
카푸친 작은형제회는 입회할 때부터 평수사와 수도사제의 길을 정하지 않는다. 수도회 영성과 형제애에 집중하기 위해 초기 양성과정이 끝나는 종신서원 후 신학교에 입학하도록 하고 있다. 김 수사는 수도자로서 받아들여지는 자체에 감사했기 때문에 사제성소의 삶은 바라지도 않았다. 아울러 성직자는 말을 잘하고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작은형제로서 조용히 살고 싶었던 김 수사는 평형제의 삶을 꿈꿨다. 하지만 카푸친 수도회의 사제들은 평형제와 다를 게 없었다. 김 수사는 “카푸친 사제 형제들을 보면서 사제가 되도 형제들에게 봉사하며 겸손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다시 부르심에 응답했다. 2014년 종신서원 후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교에 입학한 김 수사는 현재 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교육 과정상 50세의 나이로 내년에 부제품을 받게 된다. 20살 넘게 차이나는 교구 신학생들과 공부하고 있지만, 김 수사는 학부를 1등으로 졸업했다. 김 수사는 “그저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교구 신학생들에게도 미안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겸손한 마음을 전했다. 김 수사는 늦은 나이에 성소를 느끼는 것도 많은 장점이 있음을 밝히며 식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부르심을 느낀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별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1년간 매일 미사에 참례한다든지 간절한 기도를 드리다 보면 감이 올 것입니다. 그때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문을 두드리십시오. 하느님과 깊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