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상 성탄 시기는 ‘주님 성탄 대축일’부터 ‘주님 세례 축일’까지
교회 전례력으로 성탄 시기는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부터 다음 해 1월 ‘주님 세례 축일’까지이다. 주님 탄생과 함께 비로소 기쁨의 축제를 시작하는 것이다. 성탄 전 교회는 통상적으로 12월 초부터 회개와 나눔의 마음으로 대림 시기를 차분히 보낸다. 12월이 되면 성탄 기분에 들뜨다가 12월 25일이면 마무리되는 세간의 분위기와 정반대인 것이다.
성탄 시기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우선 ‘성탄 팔일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12월 25일부터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까지는 성탄 팔일 축제 기간이다. 팔일 축제는 교회 전례 시기 중 가장 중요한 부활절과 성탄절 두 시기에만 있다. 주님 성탄 대축일과 성탄 팔일 축제 미사 때 사제는 감사 기도 중 고유 성인 기도로 ‘복되신 마리아께서 동정의 순결한 몸으로 이 세상에 구세주를 낳아 주신 이 거룩한 (밤)날을 경축하나이다’라는 내용의 기도를 바친다.
팔일 축제가 끝나도 성탄 시기는 계속된다. 때문에 이 시기에 따른 미사를 봉헌하고 성무일도를 바침으로써 주님 성탄을 축하할 수 있다. 사제는 축제 기간인 성탄 시기 미사 주례 시 백색 제의를 입는다. 주님 세례 등의 축일과 성인 축일 미사 외에 이 시기의 미사 중 제1독서는 요한의 첫째 서간(요한 1서)이다. 요한 1서가 성탄과 주님 공현 신비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송 또한 주님 성탄 감사송인 ‘빛이신 그리스도’, ‘강생으로 온 세상이 새로워짐’, ‘말씀의 강생으로 이루어진 친교’ 등 세 가지 중 하나가 봉헌된다. 성탄 시기 성무일도의 아침 기도는 ‘성모님 아드님을 낳으시리니 대천사 가브리엘 예고한 아기’와 같은 찬미가를 바치며, 화답송도 ‘천사들과 목동’, ‘구세주 아기’ 등 성탄과 관련된 내용으로 응송한다.
아울러 성탄 시기 동안 계속 설치돼있는 구유에 경배하고 준비된 봉헌함에 예물 봉헌도 할 수 있다. 구유는 성탄 시기가 끝나는 주님 세례 축일 뒤 철거된다. 성탄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내는 마지막 방법은 가난과 겸손의 이름으로 낮은 곳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생각하며 연말연시 특히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자선 활동과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한민택(바오로) 신부는 “성탄은 우리가 전례 안에서 매일 우리 안에 새로 태어나시는 주님을 모시기를 결심하는 시기”라며 “성탄 시기에는 구유에 계신 예수님의 가난과 겸손, 그리고 그분의 연약함에 대해 묵상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 신부는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는 성탄의 기쁨이 사치일 수 있는데, 그때 우린 침울해하기보다 바로 그러한 그늘지고 누추한 곳에 주님께서 오셨음을 기억해 그분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용기를 내어 앞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