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사도좌 정기방문]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인터뷰

이승환
입력일 2024-09-23 수정일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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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아끼시는 교황님 덕분에 힘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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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가 9월 20일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대화를 소개하고 있다. 박원희 기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교황님과 함께 한국교회의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설계한 시간이었습니다. 주교직이 영예로운 자리이지만 한편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데 알현의 모든 순간 자상한 표정과 진솔한 답변으로 따뜻이 대해주시는 교황님의 모습에서 한국의 주교들은 위로받고 힘을 얻었습니다.”

9월 20일 오전 열린 한국 주교단의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 직후 열린 인터뷰에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가며 교황님께서 한국과 한국교회 그리고 우리 주교단을 깊이 아끼고 계심을 깊이 체감했다”며 “90여 분의 알현 시간이 정말 기억에 남는 뜻깊은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 주교는 교황 알현에 앞서 나흘간 진행된 교황청 각 부서 방문을 결산하며 “9년 전에 비해 훨씬 많은 부서를 방문하는 강행군으로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보편교회의 큰 그림을 그리는 교황청이 멀리 있는 곳이 아닌 한국교회와 긴밀한 관계를 이뤄야 하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며 “대화와 경청을 통해 수렴한 다양한 과제들은 향후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세우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진 
한국교회 위상 확인했던 시간
우리 신자들 희생·봉사의 결과

이 주교는 “각 부서의 장관과 차관을 맡은 추기경과 대주교 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교황청이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음을 확인했다”며 “수십 년간 역동적인 복음화 활동을 선도해 왔고 팬데믹 등 지구촌 공동의 어려움이 있을 때는 여느 선진국 교회 못지않게 지원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한국교회의 신자들이 그만큼 희생적으로 봉사하고 나눔을 실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주교단을 대표해 한국 신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주교는 사도좌 정기방문 이후의 과제에 대해 “좀 전에 열린 알현 때 교황님께서는 자신이 ‘길 위의 주교’로 대중들과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말씀하셨다”며 “한국교회 또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교황님의 권고대로 ‘야전병원’으로 자리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먼저 보살피고 그들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전할 수 있는 교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편교회의 심장에서 보고 체험하고 대화를 통해 배운 것들을 자양분 삼아 각자의 교구로 돌아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영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자들이 없는 교회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 주교들과 사제들은 신자분들께서 보내주는 응원과 기도를 통해 힘을 얻고 앞을 향해 나가며 주님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우리 주교들을 위해 보내주신 정성어린 기도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봉사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 한국 주교단 ‘사도좌 정기방문’ 소감
     “보편교회와의 친교와 유대 확인한 시간”

일주일간 열린 ‘사도좌 정기방문’을 마친 한국 주교단의 소감을 전한다. 2007년부터 세 차례 사도좌 정기방문에 임한 주교부터 처음 사도좌를 찾은 주교들은 모두 베드로·바오로 사도 묘소 참배와 교황 알현, 교황청 부서 방문 등의 공식 일정이 주교로서의 소명과 역할을 되새기고 보편교회 안에서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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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바티칸 정원에서 열린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 축복식에서 (왼쪽부터) 조환길 대주교, 옥현진 대주교, 정순택 대주교가 나란히 앉아 묵주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촘촘하고 힘든 일정이었지만 거의 모든 주교들이 교황청 대부분의 부서를 찾아 대화하고 때론 서로의 상반된 의견에 대해 토의했다. 한국교회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할 뿐 아니라 교황청 각 부서 업무에 대해 숙지하고 보편교회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이 꼭 필요했다는 점에서 일주일간 이어진 부서 방문은 의미가 있었다.

교회가 맞닥뜨린 세속화되고 물질화되는 세상에서 집중해야 할 하나의 초점은 어떻게 ‘복음화’할 것인가이다. 그런 면에서 사도좌 정기방문이 큰 틀에서 복음화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교황청 각 부서와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경청하는 것 또한 새로운 복음화의 한 방식인 시노달리타스이고 또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교황청 각 부서를 이끄는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한국교회에 대한 관심이 지대함을 느꼈다. 한국교회의 이야기를 먼저 들으려 하고 배울 점에 대해서는 공유를 청했다. 교회가 맞닥뜨린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가자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두번째 사도좌 정기방문을 마쳤다. 한국 주교단을 환대하는 교황청의 각 부서 장관과 차관들의 모습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기대를 체감했다. 과거 개별교회의 보고를 받고 가르침을 전하는 태도가 있었다면, 이제 지역교회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별히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라 시노드가 그냥 해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도좌 정기방문이었다. 교황님의 가르침에 따라 먼저 경청하고 무엇을 도와줄 것인가를 실천하는 모습은 한국교회 주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알현 때 교황님께서 주교들에게 당부하신 말씀이 있다. 바로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주교단과 친교로서 함께하며, 사랑하는 교구 사제들과 특별히 힘없고 소외된 신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라는 권고였다. 시종일관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전해주신 교황님의 따뜻한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

교황님께서 사도좌 정기방문을 전담하는 사무국을 신설하고, 각국 주교회의가 거의 모든 교황청 부서를 방문하도록 한 것은 사도좌 정기방문이 의례적인 인사 차원에 그치지 않고 교황청과 지역교회 간의 유대를 좀 더 내실 있게 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 교황청 각 부서에서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9년 전과는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역동적인 교회, 세계교회를 위해 공헌하는 교회라는 것에 감사하는 분위기를 확연히 느꼈다.

►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

사도단의 으뜸이신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 교황님과의 만남이 인상 깊었다. 한국의 모든 주교님들이 정말 만족하고 기뻐할 정도의 만남이었다. 정말 좋은 할아버지처럼, 든든한 형님처럼 우리를 마주하셨고 90여 분 동안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주교단의 단장인 교황님과 우리가 정말 일치를 이루고 있구나, 교황님이 시노달리타스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음을 느꼈다. 하느님께서 제게 큰 선물을 주신 또 큰 기쁨이 되는 시간이었다. 사도좌 정기방문을 위해 기도해 주신 신자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교황님과의 만남 그리고 교황청 각 부서 방문을 통해 지역교회와 보편교회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시노드적인 행보에 함께 있음에 공감했다. 특별히 교황청 국무원에서는 남북관계에 관해 상세히 물으며 경색된 한반도의 정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했고, 교황님께서도 한반도의 분단 현실에 안타까워하시며 기도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북한과 맞닿은 지역을 관할하는 춘천교구장이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으로서 한반도에 대한 교황청의 관심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지금껏 해오던 것처럼 우리 한국교회 신자들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에 매진하고 저 또한 맡은 사명을 수행하는데 더욱 힘을 내자고 다짐했다.

►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

보편교회 안에서 한국교회의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한국교회가 어떤 공헌을 하고 함께 걸어가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깊이 알게 된 시간이었다. 교황청과의 긴밀한 소통의 시간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선교 사명 수행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였다. 교황청 각 부서를 찾으며 지역교회 안에서, 전 세계교회 안에서 한국교회가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보편교회가 지역교회의 소리를 듣고 우리 또한 보편교회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때 비로소 일치된 교회를 이뤄나가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쌍방의 소통이 곧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9년 전 사도좌 정기방문보다 훨씬 많은 일정을 소화했지만 한편으로 교황청의 많은 부서를 방문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한 시간이었다. 특히 각 부서 장관과 차관 그리고 핵심 역할을 하는 직원들과 함께 부서의 업무와 연관된 한국교회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다. 복음화 사명 수행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교회의 목소리를 교황청 각 부서에서 경청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보편교회를 체험하고 개별교회인 한국교회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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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좌 정기방문에 참가한 주교회의 현직 회원 23명이 9월 19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