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1월, 11년간의 독일 유학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바이에른의 수도 뮨헨(Muenchen)에 자리를 잡고 처음 찾은 곳이 그곳의 주교좌 대성당이었다. 뮨헨 주교좌는 500년의 오랜 역사를 담고 있다. 그곳의 오르가니스트는 국립 뮨헨 음악대학교의 오르간 교수인 프란쯔이다.
그 대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의 음악은 천상의 신비를 맛보게 했다. 물론 교회 음악에 관심이 있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후 나는 그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얻었다.
교회에서 오르간 음악이 들려올 때 우리의 영혼이 그 깊고 강한 소리에 압도되고 미세하지만 따뜻한 소리에 매료되어 하느님의 신비를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파이프 오르간 음악의 전례에의 중요한 역할을 중시하여 전례헌장 120조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라틴 교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은 전통적인 악기로서 크게 존중되어야 한다. 그 음향은 교회 의식에 놀라운 광채를 더하고, 정신을 하느님 및 천상에로 힘차게 들어 올릴 수 있다」
파이프 오르간은 그 음악을 통하여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과 가깝게 해주는 도구이기에 거룩한 물건이다. 그래서 오르간을 건축하고 나면 우선 성대한 축복식을 거행하게 되니 그것은 제대나 감실과 같이 거룩한 물건으로 축복을 받는 것이다. 오르간은 또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하나의 완성된 설계도에 의해 같은 모양의 것을 다량 복사해내는 다른 악기들과 같지 않다. 즉 오르간을 놓을 장소의 크기, 오르간을 놓는 위치, 소리의 잔향 그리고 교회 건축 구조와 오르가니스트의 연주기풍에 의한 음전(Register) 선별 등 거기에 따르는 교회건축 양식과 실내 색과의 조화를 통한 아름다움을 겸비해야 한다.
요즈음 전기, 전자 과학부문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오르간도 그 제작과정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제작원리는 100~20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즉 뽕나무를 켜서 대패질로 시작하여 파이프 정음작업인 마지막까지 전 과정이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오르간 제작에 있어 3대 주요 요건은 오르간 전체의 예술성, 오르간을 작동하는 기술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의 색깔이다. 이것이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룰 때만이 완벽한 파이프 오르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대한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의 새 오르간은 3가지 특징이 있다. 한 건반으로도 두 건반을 위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제작되었고 전기 모터를 이용한 송풍 장치와 겸하여 100여 년전 풀무질로 바람을 일으키는 작동장치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ddhfmrks 제작에 사용하지 않았던 「이중 슬라이더 시스템」을 사용했다.
즉 이것은 바람이 바람구멍 하나를 통해 파이프로 가는 방식이 보통이었으나 바람구멍 3개를 통해 파이프로 바람을 보내므로 연주자는 소리의 강약을 건반을 누를 때 이미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오르간은 한국 땅에서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작품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그 제작자는 이미 신문지상에 보도되어 알려진 명인 홍성훈씨다.
이 기회에 파이프 오르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한 말씀 드리고 싶다.
혹자들 특히 전자오르간 판매에 관계하는 종사자들은 파이프 오르간의 관리비가 많이 들며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오도하고 있다.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창문을 부지런히 여닫기만 하면 즉 통풍에 신경쓰면 된다. 그리고 냉ㆍ난방기구를 오르간에서 멀리할수록 좋다.
제대로 제작된 파이프 오르간은 적어도 1세기를 보장할 수 있다. 또한 파이프 오르간은 다른 악기와 마찬가지로 자주 사용해야 악기를 보존하는데 도움이 된다. 각 교회의 사목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전자 오르간이라도 큰 것과 작은 것을 구입하여 사용한다. 이유는 큰 오르간을 자주 사용하면 고장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악기는 자주 사용되어야 길이들고 갈수록 좋은 소리가 자리잡게 된다.
♣ 바로잡습니다
9월 6일자 8면에 게재된 수원교구 최규명 신부의 특별기고중 「뽕나무」와 영문자 「dhfmrks」은 「통나무」와 「오르간」의 오식이므로 정정합니다.(1998-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