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송년 특집] 2024 세계교회 결산

박영호
입력일 2024-12-13 수정일 2024-12-23 발행일 2024-12-25 제 342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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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열매 ‘실현’ 단계 돌입…끊이지 않는 분쟁 속 평화 호소

올 한 해 세계교회는 3년 동안 이어진 세계주교시노드의 여정을 충실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노력으로 가득 찼다.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된 세계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선교적 교회를 건설하기 위해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걸어간 뜻깊은 여정이었다. 이번 시노드를 통해 평신도, 특히 여성의 더 폭넓은 교회 생활 참여의 필요성이 강조됐고, 성 소수자에 대한 교회 내의 인식이 크게 변화됐다.
곳곳에서 터져나온 국제적 분쟁과 기후위기에 따른 생태적 재앙 등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회는 ‘희망의 순례자들’(Pilgrims of Hope)을 주제로 내년 한 해를 희년으로 지내기로 했다. 희망의 희년을 맞아 교회는 온갖 분쟁과 다툼에 시달리는 세상에 평화를 기원한다. 많은 도전과 과제가 제기된 지난 한 해 교회는 어떻게 지내왔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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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7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폐막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CNS

■ 시노드 여정 마무리하고 이행 단계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지난 2021년 10월 개막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3년 제1회기 본회의를 거쳐 지난 10월 마지막 회기인 제2회기를 마치고 폐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7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폐막미사에서 교회는 ‘정체’(static) 상태에 빠질 위험을 감수할 수 없고 “세상의 길을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선교적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제 시노드의 열매를 실현하는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선언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평신도와 여성이 투표권을 갖고 참여한 이번 시노드를 마치면서 대의원들은 최종문서(Final Document)를 교황에게 제출하고 교황은 별도의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 문서를 교도권적 문서로 확정, 승인했다. 51쪽 분량의 최종문서는 3년 동안 교구와 국가, 대륙별 단계와 두 차례의 본회의를 거쳐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한 대규모 회의의 열매다. 이 문서에는 여성 부제 서품이나 성 소수자에 대한 공식 인정 등은 포함되지 않았고, 첨예한 논란 주제들은 별도의 연구 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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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7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회의에서 21명의 새 추기경에 대한 서임식을 주례하고 있다. CNS.

■ 희망의 희년 선포와 개막

2025년은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거행되는 정기희년이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12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聖門)을 개방하면서 시작돼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 이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월 9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 앞에서 주님 승천 대축일 저녁 기도회를 주례하면서, 칙서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Spes Non Confundit, Hope Dose Not Disappoint)를 통해 2025년 희년을 선포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두려움과 낙담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기쁘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권고했다.

교황은 특히 2025년 희년을 앞두고 올해를 ‘기도의 해’로 선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전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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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31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한 마을에서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모습. 지금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측에서 1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OSV

■ 평화가 필요한 세상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하면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만 3년이 되어가도록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양산하며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장기화된 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 양측의 사상자만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선전포고 없이 대규모 침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시작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더해져 지금 전 세계는 양편으로 갈라져 민간인들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이슬람권 국가들의 끝없는 살육이 이어지고 있다. 분쟁 종식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큰 성과는 없다. 분쟁의 여파로 레바논과 이란 등 주변 국가들도 긴장 상태에 있고, 중동 전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분쟁 지역의 교회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대화와 화해, 평화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교황은 1월 21일 ‘기도의 해’를 선포하면서 “기도의 해에 특히 교회일치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에콰도르 등 분쟁을 겪고 있는 전 세계 여러 나라를 위해 하느님께 평화를 호소하는 일에 지치지 않도록 기도하자”고 권고했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인 3월 24일에는 “오직 예수님만이 증오와 폭력을 없애고 인간애를 가져올 수 있다”며 모든 증오와 폭력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파리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을 맞아 파리대교구장 로랑 울리히 대주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교황은 “올림픽 전후 모든 분쟁 중단”을 요청했다. 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1주년인 10월 7일은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로 지낼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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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4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젊은이들과 만나고 있다. CNS.

■ 아시아 4개국 포함, 지치지 않는 해외순방

프란치스코 교황은 88세라는 고령과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순방하면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교황은 9월 2일부터 역대 최장기인 12일 동안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등 4개국을 사목 순방했다. 이는 당초 2020년에 예정됐던 것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연기된 것이었다.

교황의 9월 아시아 순방에는 변방으로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파푸아뉴기니에서는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4개국 중 유일하게 가톨릭신자가 다수인 동티모르에서는 식민 통치 아래에서 고통받던 동티모르인들을 위로했고, 다민족과 다문화의 나라 싱가포르에서는 청년들에게 형제애와 평화의 사도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4일 4번째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를 반포했다. 예수 성심과 그분의 인류에 대한 사랑을 담은 이 회칙은 총 2만 8000자 분량으로 교황은 이 회칙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성심에 대한 신심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교회와 세상의 형제자매들을 사랑할 것을 촉구했다.

2019년 화재로 파괴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5년간의 복원 작업을 마치고 12월 7일 재개관식을 열었다. 프랑스 교회의 암울한 상황을 상징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과 재개관에 대해 프랑스 교회는 교회와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를 극복하고 다시 희망을 갖게 해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재개관하던 날,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새 추기경 21명을 서임했다. 이날 서임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선출권을 지닌 80세 미만의 추기경 140명 중 110명을 직접 임명했다. 24명은 베네딕토 16세 교황, 6명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임명했다.

교황청은 10월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주교 임명에 관한 중국 정부와의 잠정협약의 효력을 4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교황청과 중국은 2018년 처음으로 주교 임명 절차에 관한 잠정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르면, 중국교회에서 선출되는 주교는 서품 및 착좌 전 교황의 승인을 받는다. 이 협약은 2020년과 2022년에 2년씩 연장됐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