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종교구 결전본당 충일공소 ‘6년 만의 세례식’ 열리던 날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6-06-07 수정일 2016-06-08 발행일 2016-06-12 제 299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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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자녀됨을 신고합니다”
1995년 충일본당으로 설립
2010년부터는 공소로 운영

신앙활동 침체기 지속돼다
사단장 김창영 준장 부임 후
사목회 등 공소 활성화 노력

3월 23일 첫 예비신자 교리
병사·간부·가족 등 13명 세례

군종교구 충일공소 첫 세례식에서 김대영 신부가 신진희(빅토르 마우로) 중위에게 물을 붓고 있다. 대부는 제73사단장 김창영(페르디난도) 준장.

군종교구 결전본당(주임 김대영 신부) 충일공소에서 5월 21일 오후 7시 감동과 감격의 세례식이 열렸다. 병사 6명, 간부 4명, 군인 가족 2명, 유아 세례 1명 등 모두 13명이 김대영 신부 주례로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이 태어났다. 무려 6년 만의 세례식이었다.

경기도 남양주 제73보병사단 영내에 자리한 충일공소는 신자들과 은인들의 모금, 군종후원회와 군종교구청 지원 등 총 1억770만 원의 예산으로 1995년 11월 9일 초대 군종교구장 고(故) 정명조 주교 주례로 성전 봉헌식이 거행된 곳이다. 2010년까지는 주임신부가 상주하는 본당으로서 제73사단 장병들이 매주 주일미사를 드리며 신앙 안에서 전우애와 형제애를 나눴다. 그해 사단이 축소 개편되면서 충일본당은 공소가 됐고 군종신부가 배정되지 않았다.

경기도 양평 제20기계화보병사단 결전본당 주임신부가 격주로 충일공소를 찾아 미사를 주례하고 다른 주에는 인근 민간본당인 의정부교구 지금동본당이나 금곡동본당으로 장병들이 이동해 미사에 참례했다. 안정적이지 못한 미사 운영으로 점차 충일공소 신앙활동은 침체에 빠졌고 공소 미사에는 서너 명, 많아야 5명 정도가 나올 뿐이었다.

5월 21일 세례식에서 대부를 서면서 누구보다 기쁨을 감추지 못한 충일공소 사목회장 김성민(안드레아) 대령은 “한동안 충일공소 미사에 저와 병사 한두 명 정도만이 참례했는데 이렇게 많은 장병들과 군인가족이 성당을 찾고 세례식이 열릴 만큼 활성화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침체된 공소로부터 현재 모습까지 우리 충일공소 가족들은 그야말로 주님의 부활신비와 같은 영적 체험을 하고 있다”며 “지금의 이 불씨는 충일공소가 다시 본당이 되는 것을 앞으로의 목표로 삼아 더욱 커지고 거침없이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힘주어 밝혔다.

충일공소는 지난해 12월 김창영(페르디난도) 준장이 사단장으로 부임해 오면서 눈에 띄게 분위기가 활성화됐다. 김 준장은 매주 공소 미사에 빠지지 않고 사단 장병들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면서 냉담하고 있거나 천주교 신앙에 호감을 가진 장병들을 찾아내 미사와 공소예절로 안내했다.

그 이전에는 김대영 신부가 지난해 7월 결전본당 주임을 맡으면서 양평에서 남양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충일공소에 찾아와 소수 장병들을 위해 미사를 주례했다. 최근에는 미사 참례자가 60명 선으로 늘어나 3~5명이 미사 드리던 때를 생각하면 ‘상전벽해’와도 같은 변화가 충일공소에 나타났다. 김 신부가 충일공소 주일미사를 맡고 바로 신자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미사를 지속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든 적도 있었지만 충일공소 인근 의정부교구 지금동·토평동·덕소본당 등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찾아오는 이형복(요셉)씨를 비롯한 봉사자들과 김 신부의 열의, 신임 사단장 김 준장의 솔선수범이 결합되면서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늘어나는 신자들은 올해 초 사목회를 구성하고 청년회와 성모회 등 5개 분과를 설치하며 충일공소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수요일 오후 6시30분에는 공소 군종병 이동현(가브리엘) 상병 주도로 공소예절을 실시했고 세례를 받기 원하는 장병들이 모이자 드디어 3월 23일 첫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했다. 교리교육은 매주 수요일 공소예절이 끝나고 군종교구 군선교단 서정민(바오로)·박경희(엘리사벳) 부부 선교사가 담당했다.

5월 21일 거행된 세례식 후 세례자와 김대영 신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 포천 제8기계화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들의 교리를 지도하는 서 선교사는 “신교대와 달리 평일에 교리교육을 하다 보니 충일성당 예비신자나 저희 역시 시간 맞추기가 조금 어려웠다”며 “세례를 받고자 하는 열망을 지니고 교육내용을 메모하는 장병들을 볼 때 참으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충일성당 첫 세례식을 통해 결코 교리 기간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영세자들이 첫 마음을 잃지 않고 더 큰 열매를 맺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세례식 강론에서 “세례는 하느님이 여러분을 선택해 자녀로 삼으셨다는 뜻으로 이제 나 자신이나 내 아내, 내 부모의 것 이전에 여러분은 하느님의 것이 됐다”면서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배도 물이 없으면 갯벌에서 허우적거리듯 여러분도 하느님이 없으면 무의미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하느님의 물결 안에서 살면 감동과 감사가 넘친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기도하면 하느님이 보이고 생각하면 사람이 보인다”며 끊임없는 기도를 당부했다.

충일공소 첫 세례자 가운데 한 사람이면서 김 준장이 대부를 선 민경찬(스테파노) 대위는 “교리를 받는 2개월 동안 성당에 올 때마다 마음이 편했고 이제 간절히 하느님을 생활의 중심에 모시고 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충일공소 사목회는 숨은 냉담교우를 찾아내 주님 앞에 인도하는 일과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원하는 예비신자들을 위한 교리반 구성을 계속 준비하기로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