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우리말이 참 아름답죠?”

이승훈
입력일 2024-10-14 수정일 2024-10-15 발행일 2024-10-20 제 341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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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 참 아름답죠?”

10월 12일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20회 심포지엄 중 황경훈(바오로) 박사가 발표 중 한 말에 수원교구청 강당이 웃음바다가 됐다. 이유인즉 앞서 3번의 발제가 필리핀·대만·인도네시아에서 온 이들의 발표였기 때문이다. 동시통역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어가 모국어인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 신학 발표는 가뭄의 단비 같았던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외국어는 아무래도 답답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좋지 않은 번역이라면 원문을 보는 것만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번역가의 노고를 치하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작품이 아무리 좋은들 이를 와 닿지 않게 번역했다면 노벨문학상은 요원했을 것이다.

좋은 번역의 중요성은 비단 노벨문학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을 아는 지식, 신학도 좋은 번역이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부들이나 성인들의 말씀도, 그리고 2000여 년에 걸쳐 쌓아온 신학연구도 대부분 우리말이 아니다. 언젠가 한 신학자가 유학 당시를 회고하며 “현지인들은 단어만 들어도 쉽게 이해되는 개념을, 우리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어 완전히 새롭게 이해하고 익혀야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좋은 번역이 있었다면 그도 그런 어려움이 적었을 터다.

위대한 신학 작품들을 좋은 번역으로 만날 수 있다면 우리 신학계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으로 번역 작품들이 선정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금 나오는 좋은 번역을 딛고 언젠가 아름다운 우리말로 신학을 하는 것이 더욱 자유로운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