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공동기획]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1. 사형제는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 아닌가요?
A. 우리나라는 1997년에 사형을 마지막으로 집행한 후 지금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사형제가 아직 유지되고 있기에 현재 사형규정은 총 149개, 그중에 법정형으로 사형만을 선고하고 있는 절대적 사형규정도 16개에 달합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 형벌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관련해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의에 부합’이 58.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응분의 대가’가 42.7%, ‘흉악범죄 억제에 유효한 제도’라는 답변이 40.4%로 뒤를 이었습니다. 잔혹한 범죄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면서 불안함을 느낀 국민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실질적인 근거가 있을까요?
유엔이 1988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와 살인 억제력을 조사한 결과 “본 연구는 사형 집행이 종신형보다 더 큰 억지력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전반적 증거는 (사형의) 억제력 가설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 근거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형제도와 범죄억제력과의 관계가 있다고 증명하지 못한 것입니다.
2018년 4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에서 국제앰네스티의 사형폐지팀 고문인 키아라 산조르지오는 사형을 폐지한 국가의 통계를 통해 사형이 폐지됐다고 해서 이전의 사형에 준했던 범죄가 다시 증가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인규 규모가 유사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1973년 이후 35년간의 살인율을 비교한 결과 1990년대 중반 사형제도를 폐지한 홍콩과 높은 사형 집행율을 보유한 싱가포르 사이에 살인율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형 집행 및 선고가 역대 최저치에 이른 미국의 경우 1992년 10만명당 9.3건의 살인사건에서 2011년에는 4.7건으로 거의 절반(49%)이 감소했으며 196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 미국에서는 사형을 사용하는 주의 평균 살인율이 그렇지 않은 주보다 높습니다. ▲캐나다에서는 2016년의 살인사건이 사형이 폐지됐던 1976년에 비해 거의 절반 가량으로 떨어졌습니다.(1976년 인구 10만 명 당 3.0건에서 2016년 1.68건)
이처럼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서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고 해서 흉악범죄가 증가했다는 통계는 없고 우리나라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이지만 흉악범죄가 증가했다고 할 통계도 없습니다.
사형제도의 범죄억지력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는데, 사형에 처해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죄를 저지르는 흉악범들이 사형당할 것을 미리 걱정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