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야

입력일 2004-03-28 11:47:00 수정일 2004-03-28 11:47:00 발행일 2004-03-28 제 239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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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요한 8, 7)

요즘같이 이 말씀이 가슴깊이 파고들 때도 없을 것이다.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는 신자들에게 감당해야 하는 보속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버겁게 느껴진다. 정국이 너무도 어수선하다. 도대체 이런 상황 속에서는 겨자씨 같은 아주 작은 희망마저 보이지 않는다.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기 바쁘고, 다른 한 쪽의 말은 아예 귀를 닫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위정자들의 행태가 이렇다 보니 국민들도 양쪽으로 나뉘어져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소식들은 이 땅의 국민을 둘로 나누고 있다. 찬성과 반대는 항상 공존하지만 어느 한쪽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들은 매스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 합당한 보도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이다. 판단은 오로지 국민에게 맡겨야한다. 판단마저 억지로 잡아 끌어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예수님도 자신 앞에 끌고 온 간음한 여자에 대해 아무런 죄를 묻지 않고 오직 손에 돌을 든 자들 스스로 판단하게 하셨다. 이처럼 스스로 판단하게 했을 때 더 큰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예수님이 「돌로 쳐라」고 했다든지, 아니면 「풀어 주라」고 했다면 어느 한쪽에서라도 자신이 주장하는 결과와는 다르게 나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대와 책임추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의 사태도 이와 똑같다. 물론 자신이 주장하는 것을 남에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것마저 제한해서는 안 된다. 단지 이러한 개인 주장을 「여론」이라는 허울에 덧씌워 다른사람에게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여론 형성에 엄청난 힘을 작용하는 매스컴에서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손에 들었던 돌을 스스로 놓고 떠나 갈 수밖에 없게 한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는 한가닥 희망으로 삼자. 매우 혼란스러운 요즘, 이 속에서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신앙인의 중심이 뭔지를 다시 생각하자. 하느님과 더불어 살 때, 하느님과 화해를 이룰 때 희망은 있는 것이다. 회개를 통해 전적으로 다른 삶을 살 때 우리에겐 작은 희망이라도 있게 되는 것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