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끝으로 세상을 그렸다 사회교리로 세상을 성찰했다
■ 4대강 반대·탈핵과 같은 주제로 만화책도
사회적 소재를 다루는 일간지가 아니라 신앙과 관련된 소식지에 실을 만평을 그리는 작업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었다. 주보에 만평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들어야했다. 하지만 박 화백의 꾸준한 노력은 이러한 편견을 깼다. 그의 작품들은 ‘신앙적 의미’와 ‘사회교리’를 동시에 담아내는 만평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그의 만평 중 한 작품에는 침몰하는 배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예수가 있다. 예수는 한 마디, ‘미안하다’고 말한다. 2014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 당시 그린 그림이다. 그해 위령의 날에는 세월호 참사로 하늘나라로 떠난 아이들의 모습과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한 컷에 담았다. 얼마 전 박 화백은 그동안 그려온 만평들을 한데 정리·결산하는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그중 210편을 골라 책으로 엮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까닭」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 ‘인생·교회·사회’ 세 부분으로 나눠 각 작품들을 실었다. 오랜 기간 그린 만큼, 작품에서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없다’고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평을 통해 가톨릭 사회교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하나로 그려왔기 때문이다. 그의 만화는 만평뿐 아니라 사회교리와 4대강 건설 반대, 탈핵 등을 주제로 한 만화책으로도 제작, 배포된 적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사회교리에 관심이 적을 뿐 아니라 불편한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신앙인이라면 마땅히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부분에 관심을 두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