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내 삶에 하느님의 개입 (1) / 박보연

박보연 레지나,안법고등학교 교사
입력일 2023-07-04 수정일 2023-07-04 발행일 2023-07-09 제 3351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28살에 결혼해 아무 생각 없이 지냈다. 가정을 꾸리기는 했지만,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매주 주일 미사는 참례했지만, 하느님과의 특별한 만남 없이 그냥 성당만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보다 6개월 뒤에 결혼한 여동생이 아기를 먼저 낳았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생긴 아기를 조카로 만나고서는, 결혼 후 5년 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던 나는 처음으로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음… 임신할 수 있는 때를 잘 맞춰서 성관계를 하면 수정란이 만들어지고 열 달 동안 뱃속에서 자라다가 아기가 태어나겠지? 조카같이 예쁜 아기가 짠~ 하고 태어나는 거야’라고 계산하고서는, 아주 교만하고 또 교만하게 정말 계획한대로 딱 맞춰서 임신을 하고는 기고만장하게 한 달, 두 달, 석 달, 넉 달, 다섯 달, 여섯 달 임산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나의 계획대로 모두 다, 다 잘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헉! 헉! 헉….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누구나 결혼하면 임신할 수 있고, 임신하면 누구나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것 아니었어? 왜? 왜? 왜?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임신한 첫 아기를 뱃속에서 6개월 만에 이별을 하고서는 한동안 대인 기피증과 죄책감 그리고 찾을 수 없는 원인 찾기 등을 혼자서 반복하면서 너무 슬퍼하며 살았다. 게다가 나에게 온갖 사랑을 주시던 할머니마저 보름도 채 되지 않은 날에 하늘나라로 훌쩍 가버리셨다.

그 해, 그 시간들은 나에게 삶과 죽음, 생명과 하느님, 섭리에 대해 옴팡지고 처절하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이 모든 것이, 그 어떤 것도 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며,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감사임을 아주 섬세하고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느님과 내 주변 많은 분들이 내가 스스로 새 생명을 잉태하고 귀하게 키워갈 준비가 될 때까지 나를 조용히 기다려주고 계셨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새롭게 임신을 했고, 입덧 하나에도 고통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진통과 산통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때조차 감사함을 되뇌었다. 하느님께서는 돌 틈에서 소박하게 피어있는 들풀 하나의 생명에도 감격할 수 있을 때까지 나를 기다리시고, 소중한 새 생명을 만나게 해 주셨던 것이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박보연 레지나,안법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