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죽어야 성인복자? / 이승훈 기자

이승훈 요셉 기자
입력일 2023-07-18 수정일 2023-07-18 발행일 2023-07-23 제 335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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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생각 중에는 ‘죽으면 신이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나가이 다카시 박사는 우리와 가까운 분이기에 시복운동 열기가 뜨겁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나가이 박사의 시복을 추진하고 있는 나가사키대교구의 나카무라 미치아키 대주교는 인터뷰 중 “시복운동 열기가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나가이 박사가 유명하고 존경받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가까운 시대에 살아간 인물이기에 도리어 시복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교회는 2008년에도 188위 시복식을 치르는 등 시복운동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다만 이들은 모두 순교자였다. ‘죽으면 신이 된다’는 것은 일본문화 저변에 깔린 신토신앙의 영향을 받은 생각이다. ‘죽음’으로 증거한 순교자에 대해서는 열성적이었지만, 살아서 증거한 이의 시복에는 그리 뜨겁지 않다는 것이 나카무라 대주교의 설명이었다. 대주교는 그러면서 “한국은 시복시성 열기가 뜨겁지 않나요?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대주교의 질문에 잠시 주춤하고 말았다. 124위 시복의 열기는 분명 뜨거웠다. 그러나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열기도 그만큼 뜨거울까. 서울대교구는 최근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와 더불어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방유룡(레오) 신부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이분들의 영성을 얼마나 알고 배우려 하고 있을까. 이분들의 시복을 위한 열기가 얼마나 뜨거울까. 혹시 우리도 죽음으로 증거한 이들에만 뜨거워지고, 우리 가까이 살아간 신앙의 증인들에는 식어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승훈 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