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파리 올림픽 기간 전 세계 모든 분쟁 중단하자”

박지순
입력일 2024-07-22 수정일 2024-07-23 발행일 2024-07-28 제 3403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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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교구장 울리히 대주교에게 메시지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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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에펠탑에 걸린 오륜 마크.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이어지는 파리 올림픽 기간 중 ‘올림픽 휴전’을 호소했다. CNS

[바티칸 CNS]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24년 하계 올림픽이 7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해 8월 11일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림픽 기간 중,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을 중지하자”고 호소했다.

교황은 파리대교구장 로랑 울리히 대주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올림픽 휴전(Olympic Truce) 전통을 준수하고 올림픽 기간을 포함해 올림픽 전과 후에 모든 분쟁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울리히 대주교에게 보낸 메시지는 교황청이 7월 19일 공개했다.

교황은 서면 메시지에서 “하느님께서 권력을 지닌 이들의 양심을 일깨우셔서 그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의 중대성을 알게 하시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노력에 결실을 보내 주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메시지가 공개된 7월 19일은 파리 올림픽 개막 7일 전이면서, 올림픽을 앞두고 관례적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휴전을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파리대교구장 울리히 대주교도 교황의 메시지가 공개된 날짜에 맞춰 파리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 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올림픽 휴전에 들어갈 것을 요청했다.

올림픽 휴전 전통은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래는 올림픽 개막 7일 전부터 모든 전쟁과 분쟁을 중단함으로써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 나라 선수들이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에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취지다. 또한 올림픽 폐막 후에도 선수들이 자기 나라에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전쟁과 분쟁을 일정 기간 중단했다.

올림픽 휴전 전통은 세월이 지나면서 지켜지지 않는 기간이 여러 차례 반복됐고, 국제올림픽위원회가 1992년 올림픽 때부터 다시 유엔과 협력해 부활시켰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유엔에 가입한 나라들이 참여하는 올림픽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을 고무하기 위해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유엔과 함께 상징적인 분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교황은 올림픽 휴전을 제안하는 메시지에서 “올림픽 대회는 서로 적대적인 민족들 사이에서도 예외적인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다”며 “올림픽을 상징하는, 서로 교차하는 5개의 원은 스포츠를 통한 경쟁이라는 올림픽의 형제애 정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에 나는 이번 파리 올림픽이 전 세계에서 참석한 이들이 서로에게 감사하고, 편견을 깨뜨리고, 경멸과 불신이 있는 곳에 존경심을 키우며, 적대감이 있는 곳에 우정을 키우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올림픽은 본질적으로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전쟁을 위한 것일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현대를 ‘갈등의 시대’(Troubled Times)라고 지칭한 뒤 “세계의 평화가 심각한 위협 아래 놓여 있는 이런 때에 모든 이들이 올림픽 휴전 정신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갈등을 해결해 조화를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 나라 대표선수들과 관람객, 성당과 학교 그리고 가정의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파리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축복을 전하면서 “이번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프랑스 국민들에게 차이와 적대감을 초월하고 일치를 강화하는 형제애 실현의 멋진 기회를 제공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리 하계 올림픽이 8월 11일 폐막한 뒤에는 장애인 올림픽이 8월 28일 개막해 9월 8일까지 열전에 돌입한다. 파리 올림픽에는 전 세계에서 1만500여 명이, 장애인 올림픽에는 4400여 명이 참여한다. 난민 신분으로 출전하는 선수도 올림픽에 37명, 장애인 올림픽에 8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