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올해는 예년보다 자살 사망자가 10% 늘어났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자살 사망자는 총 6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나 늘어난 수준이다. 자살 사망자 수는 통계 수치에 머물지 않는다. 5개월 간의 자살 사망자 수를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41.9명, 1시간에 1명씩 소중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의미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 우울감과 불안감 등이 자살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유명인의 자살 사망 사건 이후 이어진 모방 자살의 영향이 크다고도 한다. 어떻게 분석하더라도 그 의미는 하나로 귀결된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택할 정도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그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큰 고통과 절망도 함께 겪어주고 위로해 줄 사람이 있다면 견딜 만하다. 하지만 고통을 이해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 자체가 커다란 절망이다. 결국 자살이 늘어난다는 것은 고통의 현실을 견디게 해줄 돌봄, 생명과 사랑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살 예방에 가장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종교다. 교회는 이미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재의 역할과 활동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루에 40명이 넘게 자살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은 위기 상황이다. 복지와 자선 활동을 통해 취약계층의 현실적 고통을 덜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동시에 위기에 몰려 절망하는 이들이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생명을 버리지 않도록 위로하고 동반하는 사목적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