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마지막까지도 사랑을 설교했던 사랑의 사도 요한

최용택
입력일 2025-03-12 08:48:00 수정일 2025-03-12 08:48:00 발행일 2025-03-16 제 3433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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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의 <요한 사도>

서울 성북동의 고즈넉한 언덕에 유명한 길상사가 있다. 본래는 대원각(大苑閣)이란 이름의 건물이었다. 주인이었던 김영한 선생은 평생을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 그녀는 20살 때 23살의 청년 시인 백석(白石) 백기연을 만났다. 젊은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서로 똑똑해서 대화도 정말 잘 통했다. 백석은 그녀에게 자야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백석의 집안에서 기생(妓生)인 자야를 반기지 않았다. 백석은 자야와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만주로 도망하기로 했지만 자야가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재인 백석의 앞길을 자신 때문에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백석은 6·25전쟁 후 사회주의자로 북쪽에 머물며 문학의 꿈을 펼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공산당의 압력으로 결혼하고 가정을 이뤘다. 그 소식을 들은 자야는 마음이 아팠지만 자신의 사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30여 년 전 1000억 원(지금은 적어도 2500억 원 이상)을 법정 스님께 조건 없이 봉헌했다. 평생 한 남자만을 사랑했던 자야는 기자들에게 “돈 1000억 원은 백석의 시 한 줄 값도 안 된다”며 백석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백석이 자야와의 이별의 심정을 담은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교과서에도 실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사랑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도는 요한이다. 요한은 주님께 특별히 사랑받던 제자였다. 예수님도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기 전, 요한에게 성모님을 모시도록 했다.(요한 19,26-27) 이후 전승에는 요한이 오래도록 에페소에서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에페소에 도착한 요한과 성모 마리아를 위해 에페소 신자들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지금도 에페소 언덕 위에 있는 작은 성모님의 집은 전 세계 순례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후 죄인들의 손에 잡혔을 때 사랑받던 제자 요한도 무서워 떨며 도망쳤다. 그러나 다음날 예수님이 처형당하는 십자가 밑으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다른 여인들을 데리고 다가갔다. 그는 십자가 밑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스승의 임종을 지키며 그는 예수님의 사랑을 가슴 깊이 새겼을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요한은 늘 “자녀들이여, 서로 사랑하시오”라며 사랑을 역설했다고 한다. 요한은 하느님의 아들인 스승이 살고 가르쳤던 가장 중요한 정수(精髓)가 사랑이라 몸소 체험한 인물이었다. 사랑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지만 인간 삶의 최고 가치임이 틀림없다. 하느님을 표현할 때도 사랑 자체라고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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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