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비롯해 전 세계의 많은 선한 주교들과 사제들이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들을 정의의 심판에 부치기 위한 책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병원에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들과 종교인들을 교회에서 지워내야 한다는 긴급한 필요성에 대해 강력하게 말한 바 있다. “성학대를 범한 성직자는 더 이상 성직자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이자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지난 20년 동안 드러난 아동 성범죄와 그 범죄들을 은폐한 주교들과 사제들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촉구하는 권위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성학대 사건들이 불거진 후 ‘CNN 포르투갈’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종종 주교들과 사제들, 그리고 평신도 지도자들은 피해자들에게 등을 돌리며, 때로는 그들이 성직자들을 유혹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은 사건을 방관했고, 그 사실은 부끄럽게도 드러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아직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데, 누구도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부 주교들이 자신들이 신성하고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인터뷰에서 아동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zero tolerance’를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실현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교황은 “성학대를 범한 성직자는 더 이상 성직자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많은 주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피해 아동을 무시하고, 성직자를 또 다른 아동을 학대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보내며, 검찰과 법원이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방해한다.
현재 많은 이들의 이목이 필리핀 카가얀에서 수감돼 있는 카롤 리워드 이스라엘 신부의 재판에 집중되고 있다. 재판에서는 15세 소녀를 상대로 여러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신부는 자신의 행위를 인정했지만 서로 동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이를 알리지 못하도록 협박하기 위해 영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비록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친구에게 이 사건을 알렸다. 카가얀의 용감한 판사가 양심과 증거를 따라 진실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이러한 성직자의 성학대 사건들과 이를 은폐한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교회는 이 범죄의 공범처럼 보이게 되었다. 교회는 점점 신뢰와 신빙성을 잃어가고 있다.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12억 가톨릭신자들의 영적 지도자로 선출되었을 때, 그는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를 종식시키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많은 주교들은 이에 저항하며 은폐하고, 그들의 교구가 민사 소송으로 파산하지 않기를 바랐다.
이들은 종종 ‘교황 비밀’(Pontifical Secret) 제도라는 오래된 규칙을 이용했다. 이 규칙을 오용한 교회 지도자들은 성직자의 성범죄를 지역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검찰과 경찰이 법적 정보를 요청할 때 교회는 협력하지 않았다. 따라서 교회 밖에서 이러한 사건에 대한 논의가 차단됐다.
2019년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비밀 제도를 일부 폐지하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대신 그는 성직자와 종교인들이 성범죄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교황은 처음으로 각 교구에 성직자 아동 성범죄와 그 은폐에 대한 보고 체계를 설정하도록 명령했다. 교황은 성직자들과 사제들에게 모든 아동 성범죄 사건에 대한 자료를 기록하고 보호하도록 요구하며, 그 자료가 잃어버리거나 파기되지 않도록 했다. 또 성범죄를 신고하거나 주장하는 사람들을 압박할 수 없도록 명령했다.
2022년, 교황은 더 나아갔다. 교회법을 개정하고 주교들에게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에게 강력히 대응하고 정의를 구현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교황은 몇몇 인터뷰에서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자신의 지침과 개정된 교회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신 비밀을 선택하고 있다. 교황은 “이젠 돌이킬 수 없다”며 “내 지침은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말한 대로, 이제 교회 지도자들은 성범죄 사건에 대한 모든 정보와 증거를 검찰과 법원에 제공해야 한다. 이제 가장 중요한 미덕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교황청 신앙교리부 차관보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 지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주교들은 여전히 교황의 지침을 무시하고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들을 보호하려 한다.
전 주교부 장관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은 “우리는 오랫동안 사제들에게 규칙을 엄격하게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주교나 추기경들은 왜 이를 지키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성범죄로부터 아이들을 구하려는 교황의 지침과 노력은 그저 법이 아니라 교회의 깊은 책임감이다.
글 _ 셰이 컬린 신부
1974년 필리핀 올롱가포에서 프레다 재단을 설립해, 인권과 아동의 권리, 특히 성학대 피해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가톨릭뉴스(UCA News) 등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