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시리아 유혈 충돌 사태…교회 지도자들 평화 호소

박지순
입력일 2025-03-19 09:16:33 수정일 2025-03-19 09:16:33 발행일 2025-03-23 제 343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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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정권 타도 후 과도정부 들어서…신구 세력 충돌 60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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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정부가 통치하고 있는 시리아에서 신구 세력 간에 소요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3월 12일 북서부 자블레 지역에서 불에 탄 자동차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OSV

[암만, 요르단 OSV] 과도정부가 통치하고 있는 시리아 북서부 라타키아 일대에서 3월 6일부터 발생한 신구 세력 간의 유혈 충돌 사태로 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교회 지도자들이 평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사망자 중에는 바니아스 지역 가톨릭 사제의 아버지를 포함해 라타키아 복음교회 신자 가족들도 포함돼 있으며 시신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어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요 사태 진압 중 불법적인 즉결 처형과 주택 방화 등이 자행된 것으로 보고됐다.

시리아는 53년간 아버지 하페즈 아사드와 아들 바샤르 아사드로 이어지는 세습 독재가 계속되다 반정부군이 2024년 12월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면서 아사드 정권은 막을 내렸다. 이후 과도정부가 질서유지를 하고 있지만 아사드 가문 출신지인 라타키아를 중심으로 타르투수, 바니아스, 자블레 등지에서 3월 6일부터 아사드 정권 지지세력이 소요 사태를 일으켰다. 과도정부가 소요 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번 소요 사태는 시리아 내 신구 세력 간의 충돌로 비화되고 있으며, 종교 간 갈등까지 개입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스 멜키트 가톨릭교회 총대주교인 유세프 압시 대주교는 8일 시리아 지역 교회 지도자들과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소요 중에 사망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사태를 비판했다. 압시 대주교는 “야만적인 폭력행위를 멈추라”며 "교회 지도자들은 시민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형태의 폭력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무고한 시민들을 집단 학살한 야만적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모든 인간과 도덕적 가치를 저버리는 공포스런 폭력행위를 즉각적으로 멈출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ACN)도 6일 시리아 북서부 지역 유혈사태가 발생한 날부터 긴급하게 기도를 요청하고 “최근 시리아에서는 폭력과 야만성, 살인의 위험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해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ACN 본부 레지나 린치 수석대표는 10일 “이 고통의 순간에 평화의 길은 신앙인들의 기도밖에 없는 만큼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실 주님께 기도를 바쳐 달라”고 밝혔다.

알레포에 위치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본당 주임 바야트 카라카치 신부(프란치스코회)도 8일 “또다시 시리아가 내전의 낭떠러지에 놓여 있는 것 같아 정말 우려된다”며 “현 시리아 과도정부는 사회의 안정을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통치 구조에 편입시켜야 함에도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라카치 신부는 “시리아가 과거 14년 동안 수십만 명이 희생되는 내전을 겪었음에도 또다시 신구 정치세력이 충돌한다면 내전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