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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8주년 기념사] 98년의 동행, 사람 중심의 언론을 향하여

최용택
입력일 2025-03-26 09:13:14 수정일 2025-03-26 09:13:14 발행일 2025-03-30 제 3435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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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가톨릭신문이 창간 98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27년, 일제 강점기의 혼란한 시대 속에서 한 줄기 복음의 빛을 품고 첫걸음을 내디뎠던 그날을 떠올리며 이 순간까지 이끌어 주신 하느님과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98년이라는 그 오랜 세월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기쁨과 슬픔, 고난과 희망의 순간들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어 왔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민주화와 산업화의 격류 속에서도 그리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한복판에서도 가톨릭신문은 늘 여러분 곁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길을 잃은 밤의 등불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 위에 내려앉는 위로의 말이 되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 끝 어딘가에서 들려온 사랑의 속삭임이었습니다. 가톨릭신문은 ‘말씀을 품은 신문’으로서, 세상 곳곳의 눈물과 웃음을 담아내며 여러분과 마음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이 제작하는 일간 신문이 나왔습니다. 기사를 쓰고 편집하고 이미지를 고르는 모든 과정이 인공지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효율적이고 신속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그 신문의 소식을 들으며 저는 다시금 가톨릭신문이 걸어온 길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가더라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는 것을. 남모를 어딘가에서 외로이 살아가는 이웃에게 건네는 위로와 연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AI가 넘볼 수 없는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이며, ‘복음이 지닌 온기’입니다.

가톨릭신문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시대의 어둡고 차가운 골목 끝에서 촛불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기술의 발전도, 시대의 변화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향한 신앙’과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창간 98주년을 맞아, 우리는 다시 처음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여러분 곁에 서고자 합니다. 다가올 100년에도 세상의 복잡한 소식들 사이에서 여전히 사람 냄새 나는 신문, 복음의 온기를 품은 신문으로 남겠습니다.

언제나 저희 곁에 함께해 주신 독자 여러분, 기도와 응원으로 이 신문을 키워주신 교회 공동체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주님의 평화와 사랑이 여러분의 삶 속에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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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사 사장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