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말씀묵상] 주님 부활 대축일

이형준
입력일 2025-04-16 09:41:26 수정일 2025-04-16 09:41:26 발행일 2025-04-20 제 3438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제1독서 사도 10,34ㄱ.37ㄴ-43 / 제2독서 콜로 3,1-4 / 복음 요한 20,1-9

알렐루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사흘 만에 일으키시어 사람들에게 나타나게 하셨습니다.”(사도 10,40) 이 증언은 그리스도교 복음의 핵심입니다. 예수님께서 주님이시고 구세주시며,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죽음을 받아들이시고 죽음을 이기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는 믿음의 가장 중요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부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다면 복음은 그저 역사 속의 한 의인의 이야기를 넘어서는 것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상식을 넘어서는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복음서의 저자들은 이 부활 사건을 명백히 전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려한 수식어 등으로 독자를 현혹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체험하고 목격한 것을 담백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선 예수님께서는 여러 번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예고하시는데, 때로는 비유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예고하십니다. 공관복음에서는 요나의 표징에 빗대어 “사람의 아들도 사흘 밤낮을 땅속에 있을 것이다”(마태 12,40) 하셨고, 요한복음에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하셨습니다. 공관복음에서는 직접적으로 당신이 고난을 받아 죽으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고 세 차례나 예고하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이 모든 예고를 제대로 알아듣거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도 그것을 믿게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빈 무덤을 목격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여인들의 증언을 듣고, 먼저 예수님을 만난 다른 제자들의 증언을 듣고도, 결국 그들이 직접 예수님을 뵙기 전까지는 믿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뵈온 이들의 증언을 믿지 않는 제자들의 불신을 꾸짖으시고(마르 16,11-14 참조),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을 믿게 하시려고 두 손과 옆구리의 상처를 보여주시고 만져보게 하셨고 음식을 함께 드셨습니다. 복음은 이렇듯 솔직하게 부활을 믿기가 어려웠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경험을 통해, 보지 못하고 믿어야 하는 이들을 독려합니다.

Second alt text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루카 24, 5-6) 나의 약함, 부족함, 죄스러움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것들 안에서 아파하는 나에게 “어찌하여 그곳에서 너를 찾느냐?”고 물어 오시는 듯합니다. 주님께서 그 모두를 부수고 부활하셨습니다. 눈을 돌려 부활하신 주님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부활 축하합니다. 인스타그램 @baeyounggil

그러면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이 부활을 믿고 있습니까? 이 어려운 일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나요? 애초에 부활을 믿는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는 하였나요? 믿음이 가벼운 선택일 리는 없지만, 박해 속에서 목숨을 걸고 믿어야 하던 사도들이나 초대 교회의 신자들과 그 무게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믿음을 통해 구원을 얻고 새 생명을 살아가려 한다면 우리도 목숨을 걸고 그분을 믿고 그분의 뒤를 따라야 합니다. 그러기에 부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새 생명을 믿어야 죽음을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은 보지 않고도 믿어야 하는 이들에게 성공적으로 부활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박해 시대에 기꺼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신앙을 받아들이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신자들의 수가 날로 늘어났습니다. 그들은 언변이나 논리로 복음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복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헌신으로 부활에 대한 그들의 신앙을 보여주었습니다. 무력한 죽음의 형틀인 십자가가 구원의 표징이 되었고 부활의 확증이 되었습니다. 믿기 어려운 것을 믿기 쉽게 가공해서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믿기 어려운 것을 믿어서 목숨을 바치는 삶으로써 믿음을 전한 것입니다. 그 믿음은 같은 믿음으로 이어지다 이 땅에서도 순교자들을 내었고 그분들의 믿음을 통해 우리의 믿음도 주어진 것입니다.

알렐루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올해에도 우리는 서로 부활을 축하하며 부활 인사를 나눕니다. 우리는 우리가 전해 받은 이 믿음을 어떻게 또 전할 수 있을까요? 부활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무엇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사도들과 교회를 도와주신 성령께서 깨우쳐주시고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Second alt text

글 _ 변승식 요한 보스코 신부(의정부교구 안식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