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노길명 교수 ‘한국의 종교운동’ 펴내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10-09 수정일 200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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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교 문화 속 종교가 나아갈 길은?

“종교 문화도 양적성장에 따른 질적성장 이뤄져야”

조선왕조의 멸망과 함께 한국 사회는 유교가 그 권위와 영향력을 상실한 뒤, 바야흐로 다양한 종교들이 경쟁하는 다종교 상황을 맞게 됐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거쳐오면서 종교 시장은 대폭 활성화됐고, 격동의 시기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든 삶을 해석할 의미 체계를 모색함으로써 종교적 열기가 높게 나타났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양적인 팽창은 바로 그러한 상황들에 기인하며, 그리스도교와 불교 등 기성 종교 외에도 수많은 신종교,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개인 삶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추세에 따라 신흥영성, 혹은 유사영성운동의 바람도 거세게 불어왔다.

한마디로 한국의 사회 상황 안에서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이러한 종교계의 넘치는 활력과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오랫 동안 신종교현상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이론만 아니라, 현장에서 탐구해온 노길명 교수(고려대학교 사회학과)가 펴낸 ‘한국의 종교운동’은 바로 이러한 한국의 종교 상황, 그리고 이 종교와 종교인들이 형성해온 종교 문화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의 기본적인 시각은 한국 사회의 종교계가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그것이 곧 바람직한 종교 문화의 형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종교들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전한 종교 문화를 형성해야 하며, 그럴 때 비로소 종교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사회 발전에 있어서 종교의 역할도 증대된다.

저자는 이에 따라, 양적 성장에 맞는 건전한 종교 문화의 형성은 한국 종교계의 큰 과제임을 지적한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한국 종교계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책은 모두 9개장으로 나눠진다. 조선조 종교문화의 성격과 종교운동의 분화 과정을 일별하는 제1장에서부터, 미륵신앙운동, 비결신앙운동, 그리스도교계 천년왕국운동 등을 분석하며, 천주교와 개신교 신앙의 도입과 전개, 그 성격을 살펴본다.

아울러 최근 들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영성운동에 대해 살펴보며, 말미에 한국 종교문화의 성격을 훑고 종교계의 과제, 즉 건전한 종교 문화의 형성을 위한 방안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시대적 변화의 물결, 그리고 다종교 상황이라는 한국적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는 종교간 이해와 협력, 보편적 가치와 윤리의 제시, 세속적 가치와의 거리 유지, 종교 문제의 공론화 등을 올바른 종교문화 형성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출판부/319쪽/1만3000원)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