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북한 개발협력사업 주도한다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6-06-11 14:31:00 수정일 2006-06-11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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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국제 카리타스 대표해 내년부터

북한 민간경제협력위원회와 의향서 교환

한국 교회의 대 북한 개발 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한국 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6월 1일 북한 민간경제협력위원회(이하 민경협)와 북한 내 개발협력사업 추진에 대한 의향서를 교환했다.

2007년부터 국제 카리타스를 대표해 북한 개발협력사업을 주도해 나갈 한국 카리타스는 북한 정부 기구인 민경협과 의향서를 교환함으로써 향후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사업의 창구를 마련했다.

5월 29일부터 4박5일간 북한을 방문한 한국 카리타스 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6월 1일 북한 민경협 김성일 부위원장과 만나 개발협력사업 추진방안을 협의하고 의향서를 교환했다.

총 8개항인 의향서에 따르면 한국 카리타스는 북한의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할 의향을 표시했으며 민경협은 동의의 입장을 표시했다. 이어 민경협은 적절한 시기에 개발협력사업에 대한 제안들을 한국 카리타스와 협의하고, 민경협의 제안에 대해 한국 카리타스는 국제 카리타스와 합의를 거쳐 개발협력사업 계획과 세부사업들을 작성한다고 밝혔다.

개발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양측은 필요할 때마다 개성에 있는 남북경제협의사무소에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법적 효력이 있는 합의서의 전 단계인 의향서의 교환은 한국 카리타스가 국제 카리타스를 대표하는 주체로 활동하게 된 것을 북한 정부가 동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국제 카리타스의 대북 개발협력사업은 그동안 홍콩 카리타스가 주도해 왔으며, 이 기간 동안 북한은 한국 카리타스가 국제 카리타스의 활동 주체로 나서는 것에 난색을 표해왔다.

따라서 작년 9월 평양에 씨감자 무균종자 배양시설을 마련하는 등 대북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국 카리타스의 활동이 이번 의향서 교환을 계기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국제 카리타스가 식량구호 등 인도적 지원 사업을 펼쳐 왔던 평양 이외 다른 지역에 대한 접근과 사업진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국교회의 대북협력사업의 장소는 평양 인근으로 제한돼 있었다.

유흥식 주교와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 카리타스 총무 황용연 신부는 “북한 민경협은 유기질 비료공장과 감자 가공공장 설치, 옥수수 개량 기술 개발 등 지속가능한 개발사업을 국제 카리타스를 대표한 한국 카리타스가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국제 카리타스 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북한동포들을 돕기 위한 최선의 지원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카리타스는 6월 7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국제 카리타스 조정위원회 회의를 여는 등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민경협과의 개발사업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의향서 교환으로 공식 대화창구 개설”

인터뷰/북한 다녀온 한국 카리타스 유흥식 주교

“의향서 교환은 초보 단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철길이 놓이고 도로가 뚫리는 것처럼 우리도 하나의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이제 교회가 얼마만큼 북한 동포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지 인내를 가지고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5월 29일부터 4박5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이하 한국 카리타스) 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민족경제협력위원회와의 의향서 교환 의미를 이같이 설명하고, 복음정신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카리타스의 활동을 설명하다보니 자연스레 바티칸 시국과 교황청 등 교회의 이야기를 북측에 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이 하나의 국가로서 바티칸을 인정하고 의향서를 교환한 것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의향서 교환은 2007년부터 국제 카리타스를 대표해 대북지원사업을 추진하게 될 한국 카리타스가 북한과의 공식적인 대화 창구를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뜻 깊다.

이와 관련 유주교는 “북측이 국제 카리타스 대북지원사업의 대표로 한국 카리타스를 인정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느님께서 이제 우리 한국 카리타스를 북쪽에 보내 도구로 쓰시려고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유주교는 이어 “카리타스 정신에 입각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 중에서도 더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데 관심을 기울이겠다”며 “단지 일회적인 도움이 아니라 인간 전체를 계발할 수 있도록 사업방향을 잡아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카리타스의 도움을 받아 지난 해 9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씨감자 무균종자 배양시설도 방문한 유주교는 “현지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감사를 표하고 큰 일을 해주셨다는 표정으로 맞이하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며 앞으로도 작은 것 한 가지라도 복음정신에 입각해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유주교는 “북한 동포들을 돕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교회 내에서도 마음이 모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정말 어렵게 생활하는 우리 동포를, 하느님 백성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유주교는 아울러 국제 카리타스 대북지원사업을 추진해 나갈 한국 카리타스의 활동에도 신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청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