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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우리밀 쿠키 만드는 사회적기업 ‘위캔센터’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10-08-25 수정일 2010-08-25 발행일 2010-08-29 제 271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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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성실’ 쿠키로 키우는 꿈 ‘WE CAN!’
‘나는 정직하겠습니다. 나는 내 것을 나누어 주겠습니다. 나는 받기보다 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내가 한 만큼 받는다는 것을 기억하겠습니다. 나는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며 행동하겠습니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운 다짐으로 매일 아침 ‘착한 쿠키’를 굽는 천사들이 있다. 사회복지법인위캔 위캔센터(시설장 송향숙 수녀·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에서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는 4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이다.

위캔센터에서 그들은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장애인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노동하고 월급을 받는 어엿한 사회구성원이다. 지적장애가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완전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위캔센터 천사들과 그들이 구워내는 우리밀 쿠키를 소개한다.

■ 안녕하세요? 우리는 ‘위캔’입니다.

사회복지법인위캔 위캔센터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드는 ‘쿠키회사’다.

2001년 새해 아침, 당시 장애인 생활시설 ‘애덕의 집’이 직업재활의 일환으로 운영하던 쿠키생산 작업장이 밀가루 파동으로 인해 문을 닫자, 그곳에서 쿠키를 굽던 4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은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작업장 문이 다시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오들오들 떨며 ‘열리지 않는 문’이 열리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들의 뒷모습이 안쓰러워서였을까. 하느님께선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를 통해 우리밀과 유기농 설탕 등 정직한 재료만을 사용하는 쿠키회사 ‘위캔센터’의 문을 여셨다. 텅 빈 작업장 앞을 서성이던 지적장애인 40명이 쿠키회사 직원으로 고용됐다. 누군가의 도움으로만 살아가던 그들이, 정직한 쿠키를 만듦으로써 세상에 도움을 주는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열어가게 하신 것이다.

송향숙 수녀와 임주현 직업재활팀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위캔센터 직원들이 ‘위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세상에서 제일 정직한 쿠키

위캔센터에서 일하는 지적장애 근로인이 쿠키 성형을 하고 있다.
위캔센터에서 1~3급의 중증 지적장애인들은 ‘우리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쿠키를 만든다. 우리 땅에서 나는 100% 우리밀과 우리농산물, 유기농 설탕만을 사용했다. 100% 국산 버터를 사용해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을 낮췄고, 유정란 및 우리 농산물만을 부재료로 썼다. 쇼트닝, 색소, 파우더, 화학첨가물, 방부제는 일절 넣지 않았다. 캐나다산 호두 값이 1kg당 7000원이던 2007년엔 국내산 호두 값이 1kg당 7만 원으로 올랐고, 2008년에는 1kg당 8200원이던 100% 국내산 우유버터 가격이 1만1500원으로 급등했을 때에도 ‘정직한 재료’를 쓰겠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한 값싼 쿠키가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착한 쿠키’를 만들고 있다는 위캔센터 천사들의 자부심과, 위캔쿠키를 믿고 구입해주는 소비자들과의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 위캔센터의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 정직함이 일군 기적

위캔센터는 쿠키 제작뿐만 아니라 품질 검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쿠키 하나하나 꼼꼼히 검사하고 있는 지적장애 근로인의 모습.
2009년 5월 우리밀 파동으로 작업장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반드시 좋은 원재료만을 사용하겠다는 위캔센터의 철학은 기적을 낳았다. ‘위캔쿠키는 건강한 쿠키’라는 입소문이 나기시작하면서 2008년 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급성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2007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고, 2008년 식품안전경영시스템 ISO22000 인증을 받음으로써 ‘위캔센터’는 단지 ‘건강한 쿠키’를 만드는 것 이상의 사회적 목표를 실현하게 됐다.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한 기업’, 정직한 재료를 이용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보호하는 기업’이라는 모범 사회적 기업 사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위캔센터의 정직한 노력은 2001년 개원 이후 2007년까지 줄곧 적자로 운영되던 위캔센터에 기적을 가져왔다. 2008년 전년대비 44.3% 매출증가와 함께 80만 원이라는 첫 순이익이 발생했고, 2009년에는 12억 원이라는 매출 실적을 올린 것이다. 위캔센터 시설장 송향숙(아가다) 수녀의 센터 운영 방침도 위캔쿠키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송 수녀는 “동정심이 아니라 재료와 맛에 승부를 걸었다”면서 “장애인이 생산한 물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어렵고,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위캔이 꿈꾸는 세상

위캔센터는 질 좋고 맛 좋은 쿠키 만들기 외에도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치료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위캔센터의 지적장애인들은 위캔 치료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 자존감, 사회성과 책임감을 기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위캔센터’라는 작은 사회를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교육과정이다. 쿠키를 굽는 직업인으로서의 능력과, 직장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의 능력을 함께 기르는 것이야 말로 완전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위캔센터의 교육방침이다.

송 수녀는 “위캔센터는 단순히 ‘쿠키’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지키며 ‘믿음’을 굽는 회사”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는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간단한 진리를 실천합니다. 6~7명이면 운영이 충분히 가능한 작업장에 37명의 지적장애인을 고용하고 있고, 얼마든지 값싼 재료로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신념을 굽힌 적이 없습니다.”

송 수녀는 “위캔센터는 ‘더 많은 이윤’이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위캔’은 아름다운 세상을 꿈꿉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정직한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세상을 말입니다. 우리 센터의 지적장애인들이 그런 세상을 만드는 주역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홍보전문가도 없고, 판로 확보도 어렵지만, 위캔의 정직한 꿈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난한 지적장애인들이지만, 그래서 더욱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만드는 쿠키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하고 맛있는 쿠키라는 생각에, 위캔센터 천사들은 하루 24시간을 웃음으로 보냅니다. 정직한 사람 맛이 나는 위캔 쿠키, 한 번 맛 보러 오실래요?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위캔센터 지적장애 근로인들이 직접 만든 쿠키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쿠키구입 안내

▲위캔 쿠키 온라인 매장: www.wecan.or.kr

▲위캔 쿠키 오프라인 매장: 롯데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아이쿱생협연합회, 두레생협연합, 한살림, 여성민우회생협, 주민생협, 올가 홀 푸드, 서울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아름다운가게, 꽃피는아침마을

▲구입 및 단체주문: 031-969-3533/3535

▲후원계좌: 217040-55-000162 농협(예금주 사회복지법인위캔)

임양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