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부터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강단있는 성품을, 어머니로부터 온화한 성품을 물려받은 옥현진 주교는 효자 중의 효자로 이름 나 있었다.
부친 옥군호(율리오·79)씨가 어쩌다 약주를 하고 들어온 날에는 한걸음에 달려나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정성스럽게 발을 씻겨줄 정도로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다. 부유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옥 주교는 늘 부모님을 배려했다.
“어쩌다 세뱃돈을 받거나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모은 돈을 고스란히 저한테 갖다 줬어요.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의젓할 수 있었는지….”
모친 모매실(루시아·76)씨는 신동본당에서 복사를 서던 옥 주교의 모습을 기억했다.
“새벽같이 성당으로 달려가 복사를 서며 제대 위에 앉아 신자석에 앉아 있는 저를 보며 싱글싱글 웃던 어린 옥 주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제대 위의 옥 주교는 뭐가 그리 좋은지 늘 웃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모씨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옥 주교는 주교 임명 소식을 접한 직후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아들이 지게 된 십자가를 부모님께서도 함께 지시게 되셨으니 기도 많이 하시며 주님께 의지하시라”고 부모님 걱정을 했다.
그러나 주교가 된 아들에게 부모가 바라는 단 한 가지는 ‘건강’이었다.
“주교 직분이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커다란 십자가인 만큼, 앞으로 옥 주교님이 더욱 힘들고 외로운 길을 가게 됐구나 생각이 들어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하느님 섭리 안에 있으니, 소명을 받들어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