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5일 부산수영비행장에서 거행된 그론자 농어민과의 만남에서 『이 나라에 「새땅」이 태어나게 하기 위해 수많은 생을 해왔고 아직도 하고 있는 그론자 농어민들을 나는 알고있다. 』라고 강조하고 무관심과 오해, 심지어는 시달림속에서도 동료 근로자와 농민의 권익을 신장하기 위해 인내와 용기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투쟁의 십자가를 져온 이땅 그리스도인의 노고를 높이 치하했다.
교황방한 3일째이자 나눔의 날인 이날 근로자 농어민 부산시민 등 40여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이 치하한 교황은 이어 『그리스도인 모두가 협동, 이 세상 부의 보다 의로운 분배는 정당한 임금을 통해서 가능함을 형제애로써 보여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교황은 또 예수그리스도 역시 「근로계층」에 속하는 노동자였음을 상기시키고 『예수님 자신의 가르침에서도 뚜렷이 알 수 있듯 「일을 하는 사람」이 일을 낳는 산물보다 훨씬 더 귀중하다』고 노동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천명했다.
교황은 『여러분 산업근로자 농민 어민이 이나라 그리스도인 중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작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고 말하고 『이 사실은 한국교회의 목자들을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의 중대한 숙제를 의미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물론 한국의 문화와 사회전통이라는 테두리안에서 노사관계가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고 설파한 교황은 그러나 『그분의 이름으로, 그리고 교회와 함께, 평화롭고 떳떳한 방법으로 계속 인간 존엄을 찾고 인권을 촉진하여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의 자녀와 여러분 자녀의 자녀를 위해 더 나음 세계를 이룩하자 』고 거듭 촉구했다.
부교구장 서공석 신부의 개회선언 및 취지기도로 시작된 이날 말씀의 전례는 이갑수 주교의 환영사에 이어 근로자 대표 박은희(부산JOC회장)씨의 환영인사가 있었다.
교구장 환영인사에서 이갑수 주교는 『세계각국에서 수많은 이들이 성하를 경외하고 방문을 열망하고 있음에도 불구, 이 머나먼 한국을 방문해 주시고 특히 저의 고장 부산까지 찾아주시니 감사를 이루 형언할 바 없다.』 면서 『이지역은 도시산업 근로자와 농어민 형제들이 밀집한 고장인데 그들과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셔서 그들의 사정에 소상하고 그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성하의 왕림은 큰 정신적 힘과 위로가 될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선물 증정에는 부산시민을 대표한 부산시장, 경남도민을 대표한 경남도지사를 비롯 농민·근로자·어민·장애자대표들이 마련한 선물이 교황께 전달됐는데 최종호 부산시장은 순은제 모형거북선을, 이규호 경남도지사는 전통공예품을 각각 선물했다.
또 근로자대표인 권영근·박주미씨는 경남지역 전통공예품인 나전칠기 자개함 속에 이날 봉독된 독서·복음·주의기도를 화선지에 붓글씨로 적어만든 책자를 넣어 교황께 증정했다.
또한 농민대표인 장두병, 정병애씨는 5천년 역사속에 민족의 애환이 서린 신라토기를 전햇으며 어민대표로 나온 김해곤·최명자씨는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가 北京을 왕래할 때 탔던 「라파엘」호의 모형선을, 장애자대표인 문종호, 이경선씨는 민속춤인 강강수월래를 수놓은 액자를 각각 증정했다.
곧이어 교황은 평화의 축복을 받으려고 운집한 군중에게 장언축복을 내린다음 준비된 2개의 기념석판을 축성했다.
이 기념석판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부산방문기념 1984년 5월 5일」이라고 새겨진 대리석으로서 교황방문 기념성당 머릿돌 및 교황흉상 받침돌로 쓰여지게 된다.
40여만 군중에게 축복을 내린 교황은 단상을 내려와 장애자석으로 가서 장애자들의 고뇌와 아픔을 위로하며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졌다.
장애자들을 일일이 돌아보며 그들을 격려한 교황은 곧장 헬기에 올라 김해공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