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십자가에는 아이들의 고통이 담겨있어요. 얼마나 슬픈 눈물이 담겨 있겠어요. 304명의 영혼들이 여기에 깃들여져 있다고 생각해요. 이 십자가를 교황님께 전달하고, 교황님께서 전 세계에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7월 8일 아들의 책상에 인사를 하고 떠난 김학일씨는 팽목항을 지나, 교황 집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봉헌될 대전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십자가에는 아들의 친구들이 매준 리본들이 그득했다. 예쁘지만 참 슬프다.
“교황님께서는 분명히 우리를 만나주시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실 거예요. 교황님께서 지금 제일 잘하시는 일이 바로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다가가시는 일이잖아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교황을 만나기 위해 준비한 것은 없다. 어떻게 교황에게 연락이 닿을 수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억장이 무너지는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는 믿음으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교황님을 만나면 아이들의 죽음부터 특별법 제정까지의 모든 일들을 덧붙이거나 뺄 거 없이 그대로 다 설명을 드리고 싶어요. 교황님이 우리 문제를 다 해결해주실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저 우리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유가족들에게 사회와 정치권과의 불통은 너무나 큰 상처였다. 웃으면서 막말로 비수를 꽂는 정치인들, 사실 확인 없이 비방하는 이들로 인해 김 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의 가슴은 시꺼멓게 타들어간지 오래이다.
“한국천주교회가 교황님을 본받아 가난하고 고통 받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교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도 그런 일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아직 우리 교회가 갈 길이 멀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