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본 나귀 덕에 목숨 구한 예언자 발라암 뇌물의 유혹에 빠져 이스라엘 저주할 마음먹어 신약성경서는 우상숭배 저지르게 한 자로 평가
유다 광야에는 베두인 목동들이 키우는 나귀가 많다. 자기들도 타지만, 대개는 광야 순례자들에게 택시(?)라고 권하며 호객 행위를 한다. 다소곳이 주인 처분만 기다리는 나귀 택시들을 보노라면, 억울하게 발라암에게 얻어맞고 하소연하던 나귀가 떠오르곤 했다. 이 콧대 높은 예언자는 미물 나귀를 통해서 목숨을 구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가 민수기 22,22-35에 나온다.
사연은 이러하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이 모압 벌판에 도착하자, 모압 임금 발락이 두려움을 느끼고 백성을 저주하려고 발라암을 초빙했다. ‘발라’는 ‘삼키다’, ‘암’은 ‘친족’을 뜻하므로 발라암은 ‘친족을 삼키는 자’, ‘파괴자’를 뜻한다. 발라암의 파괴적인 주술 능력을 암시해주는 듯한 이름이다. 1967년 요르단에서 발견된 ‘데이르 알라 비문’(기원전 9-8세기)에도 발라암의 이름이 언급되므로, 그가 당시 근방에서 유명한 예언자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방 예언자였지만, 민수기에서는 그가 하느님의 신탁을 듣는다. 발라암이 발락을 따라가지 말라는 주님 대답을 듣고 청을 거절하자, 발락은 극진한 보답을 보장하며 다시 꼬드긴다. 이에 마음이 동한 발라암이 주님 신탁을 재차 확인하니, 이번에는 따라가도 좋다는 대답이 내려 나귀와 함께 길을 나섰다. 그런데 별안간 주님의 천사가 그 길을 막아선 것이다. 천사를 본 나귀가 비켜나서 밭으로 가자, 발라암이 나귀를 때린다. 그의 눈이 가려 나귀도 본 천사를 못 본 탓이다. 이때 주님께서 나귀의 입을 풀어 주시니, 나귀는 영문도 모르고 자기를 세 번이나 때린 발라암에게 꾸짖듯이 하소연한다. 발라암은 칼만 있었어도 말대꾸하는 나귀를 죽였으리라고 위협하지만, 저주의 ‘말’로 이스라엘을 해하기 위해 고용된 그가 언변으로 나귀를 당해내지 못한 건 역설적이다. 게다가 나귀를 죽이려 할 때는 ‘칼’이 필요했다. 발라암은 주님께서 눈을 열어 주셨을 때에야 천사를 알아보고, 나귀 덕에 목숨을 구하게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김명숙(소피아),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