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맛의 ‘마망 베이커리&카페’
“일할 곳 있어 행복… 손주 먹인다 생각에 정성 다해 빵 구워요”
“나이 먹은 사람을 여기처럼 환영해주는 데가 또 어디 있을까요, 호호호!!! 빵이 따끈따끈 구워져 나오면 꼭 내 손으로 책을 만드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하얀 빵모자에 하얀 조리복을 입은 조혜도(글로리아·84) 할머니. 벌써 10년째다. 할머니는 수원교구 수정노인종합복지관(관장 조성갑 수녀)이 노인 일자리 및 노인 사회활동 지원 사업으로 운영하는 ‘마망 베이커리&카페’ 1호점에서 빵을 굽고 있다.
교사 생활을 하다가 은퇴를 하고 나니, “인생이 허망하더라”는 게 조 할머니의 말이다. 마음은 황폐해지고 몸은 나태해졌다. “안되겠다”는 생각에 성남시 분당구청을 찾았다. 다음날엔 곧바로 구청에서 알려준 수정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갔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도 몰랐다. 빵 굽는 건 집에서도 안 해 본 일이었다. “처음엔 그저 한 1, 2년 하다 말겠지 생각했는데, 벌써 10년이네요. 호호호. 너무 고맙고 너무 행복합니다.”
■ 좋은 재료에 사랑 담뿍 정성 담뿍
1호점(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2156)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2009년에 2호점(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3292 1층), 그리고 2015년에 3호점(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186-2 1층)을 열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장관상도 수상했고, 지상파 TV 프로그램 등 방송 출연도 심심찮게 했다. 성공적인 운영의 비결은 무엇일까?
때마침 ‘마망 베이커리&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즐기고 있는 아기 엄마들의 말에서 답을 찾았다.
“유명한 대기업 제과점에서 파는 빵보다 훨씬 더 맛이 좋아요. 게다가 20~30% 저렴하고요. 커피요? ‘짱’입니다.”
부담 없는 가격, 어르신들 손맛이 아니더라도 ‘마망 베이커리&카페’의 먹거리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비결은 좋은 재료다. 자식이나 손주를 먹이는 엄마의 마음으로, 좋은 식재료를 활용해 만드는 빵과 과자, 커피와 음료들이 맛이 없을 수 있을까. ‘마망’(maman)은 프랑스어로 ‘엄마’라는 뜻이다.
프로급 카페 매니저이자 숙련된 바리스타인 김가영씨도 할머니들을 친절하게, 하지만 엄격하게 지도한다. 자칫 레시피 대로 제대로 뽑히지 않은 커피가 있을까 철저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제빵기능사 윤태완씨는 할머니들과 유난히 죽이 잘 맞는다. 가르칠 때는 엄하고 무섭지만, 뛰어난 리더십으로 어르신들을 이끈다.
■ 적은 수익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구심점
‘마망 베이커리&카페’의 가장 큰 미덕은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들과 나누려는 마음이다. 워낙 싼 탓에 수익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래도 이웃들과 나눈다. 지난해 11월 30일엔 복지관 3층에서 ‘1·3세대 행복나눔 사랑잇기’ 장학금 전달식도 마련했다. 지역 내 초중고 학생 10명에게 총 5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힘을 내도록 격려했다.
사실 ‘마망 베이커리&카페’는 문을 열었을 때부터 장학사업을 하려 했다. 첫 3년 동안은 운영조차 힘들 정도로 고전했고, 이후에도 늘 운영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했다.
하지만 적은 후원금이라도 한 푼 두 푼 모아 지역 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왔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보다 적극적으로 나눔을 실천해야겠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는 장학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복지관 관장 조성갑 수녀는 “‘마망 베이커리&카페’는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고, 어르신들에게 일하는 기쁨을 준다”면서 “‘마망 베이커리&카페’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팍팍한 세상 속에서 마음과 마음을 사랑으로 이어주기를 항상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31-731-3393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일자리지원사업과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