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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정 어때요?] 1 가수 홍민씨 가정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8-06-28 수정일 2018-06-28 발행일 1994-01-02 제 188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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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밑거름 되고자 노력”

아내 기관지 치료차 농촌행 결심 7년째 시골생활… ‘평화 가꾸기’
“귀향생활 동경…도피처 생각은 금물”
가정은 사회의 못자리이다. 풍년이 들기 위해서는 모를 키워내는 못자리가 좋아야 하듯 한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 가정이 튼튼해야 한다. ‘가정의 해’를 맞아 피폐해져가는 현대 가정에 풋풋하고 행복한 가정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가정에 청량제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 첫 회로 7년째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고 있는 가수 홍민(안젤로)씨의 가정을 소개한다.

“평화가 깃드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 저희들의 소망”이라고 입을 모으는 홍민(안젤로·45세)씨와 유미라(안젤라·39세)씨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거름이 되어주기 위해 살다 보니까 서로가 서로의 분신이 돼 버렸다”고 토로한다.

장남 나라(안셀모·18세)군과 막내 나두(안토니오·8세)군과 함께 현재 경기도 용인군 용인읍 모연면에 새롭게 둥지를 튼 홍민씨 가정은 도시를 떠나 시골 사람(?)들이 다 된 케이스. 이들은 얼마 전까지 성남에서 살고 있었다.

왠지 도시가 싫고 아파트라는 이상한(?) 구조가 싫어 전원을 찾게 됐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환상적이지는 않다고 말하는 이들은 “요즘 도시 사람들이 시골로 귀향하는 풍토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지만 이곳이 도피처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우연히 택시에 합승하게 되어 사는 동네가 같은 곳임을 알게 된 후 결혼까지 해, 근 18년을 함께 살고 있는 홍민씨와 유미라씨 부부가 농촌에서 살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도시 티를 내지 않는 것이란다. 아무리 부인해도 도시 사람임을 숨길 수 없는 이들 부부가 제일 깊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농민들과의 깊은 연대의식이다.

부인 유미라씨는 이에 대해 “농촌에서 사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조하고 “끝없는 자연과의 투쟁이 가능해질 때 농촌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건강한 웃음을 짓는다.

기관지가 약해 고생해야만 했던 부인을 위해, 서울 이외에는 아무 데도 살아보지 못했던 부인의 간곡한 청을 선뜻 받아들여 서울을 떠나 살게 된 가수 홍민씨. 가수가 청중들 속을 떠나 시골에 가서 사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넘어 부인을 사랑하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골 사람이 되기로 했다는 그의 은은한 미소에서 풋풋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우리 네 가족이 도시를 떠나 살게 되니 전보다 훨씬 서로에게 모든 면에서 관심을 더 갖게 되었다”고 밝히는 홍민씨는 “결혼 초에는 내 방식대로 살았지만 이제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맞추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며 겸손해했다.

부인 유미라씨도 “내가 이 사람을 만나 이렇게 사는 것은 모두 하느님이 내게 주신 운명이자 은총”이라며 “앞으로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는 장남 나라와 남편을 위해 나를 내어주는 거름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얼마 전 제작한 반예문 신부 작사 작곡 ‘내가 살고 싶은 곳’이란 노래를 막내 나두와 함께 불러 부자간의 애정을 드러냈던 홍민씨. 도시를 떠나 성남에서 용인으로, 앞으로 더욱 더 시골로 전진(?)하며 살고 싶은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홍민씨 가정은 맑은 시냇물과도 같이 청량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묵주기도를 바치며, 서로에게 건강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하는 이 가정. 고해성사를 보러 가면서 “죄만 고백하면 뭘 해. 정말로 뉘우쳐야지”하는 막내 나두의 해맑은 모습은 이기심으로 물든 우리 마음에 신선함을 더해주고 있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