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29) ‘영성체 예식’
주님 몸과 피 받아모시며 ‘일치’ 이루다
파스카 잔치인 미사의 영성체를 통해 주어지는 가장 큰 선물은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받아 모시는 그리스도와의 일치만이 아니라 하나의 빵을 먹음으로써 한 몸을 이루는 우리의 일치다.(1코린 10,17 참조) 이 거룩한 잔치에 참여하기 위한 합당한 준비 예식으로 주님의 기도, 평화 예식, 빵을 나누는 예식이 있다. 이 가운데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의 내용을 따라서 우리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자.
■ 평화 예식
“이 예식에서 교회는 자신과 온 인류 가족의 평화와 일치를 간청하며, 신자들은 성체를 모시기 전에 교회의 친교와 서로의 사랑을 드러낸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방법은 주교회의가 민족의 문화와 관습에 따라 정한다. 그러나 모두 가까이 있는 이들하고만 차분하게 평화의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82항)
영성체를 위한 준비로서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예식은 예수님께서 수난 전날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으로 시작된다.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주노라.”(요한 14,27 참조) 평화와 일치를 기원하는 이 기도는 직접적으로 그리스도를 향해 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하시며 이 약속의 실현을 드러내셨다.(요한 20,19-23 참조) 평화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진 구원의 선물이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죽음에 감추어진 이 신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콜로 1,20) 교회는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평화 예식을 통하여 주님께서 당신 교회에 주시는 이 평화의 은사를 기억하고 증언한다. 평화의 인사는 단순한 세속적인 인사가 아니라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기 위한 조건으로서 그 지체들이 나누는 사랑과 화해의 예식적 표현인 것이다. 그러므로 영성체에 앞서 지나치게 과장된 몸짓으로 회중의 분위기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차분하게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신성사성 회람 「미사 중 평화의 은사를 나타내는 예식적 표현」에서는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다음과 같이 과도한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로마 예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평화의 노래’를 도입하는 것, 신자들이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기 위하여 자리를 이동하는 것, 사제가 신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려고 제대에서 물러나는 것, 주님 부활 대축일이나 주님 성탄 대축일과 같은 일부 상황 또는 여러 예식 미사에서 참석한 이들에게 축하, 기원, 또는 위로의 말을 전하기 위하여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김기태 신부 (인천가톨릭대 전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