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추준호(하)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9-05-28 수정일 2019-05-29 발행일 2019-06-02 제 314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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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통해 깨달은 ‘신앙 감각’ 전해
■ 복음의 기쁨

“가난한 형제들의 친구 되신 주 당신의 길 따라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읽고 ‘찬미받으소서’ 성가를 만들었다는 추준호(예레미야)씨. 그가 ‘찬미받으소서’ 다음으로 만든 성가는 ‘복음의 기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읽고 만든 성가다. 추씨는 「복음의 기쁨」을 펼쳐 들고 ‘가난한 이의 신앙 감각’에 관한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했다.

“「복음의 기쁨」 197항에는 가난한 이들이 지닌 ‘신앙 감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신앙 감각이 뭔지도 몰랐고 왜 교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하루는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수도자들과 함께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교리수업 봉사를 하러 갔어요. 교리 수업을 받은 노숙인들이 소중하게 품고 있던 10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모아 자신들보다 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수녀님께 건네는 모습을 봤죠. 그때 신앙 감각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리교사로 아이들 앞에서 교리에 관해 가르치고 신앙을 아무리 이야기한다 해도 그것이 참된 신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한 이들이 가진 가난한 마음, 하느님만을 의지하고 하느님밖에 의지할 곳 없는 바로 그 가난한 마음이 ‘신앙 감각’이라는 깨달음은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저는 하느님을 만났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좋은 대학에 가서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하느님께 의지하면 할수록 세상의 실패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은 세상의 행복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저를 한순간도 놓지 않으시고 복음의 기쁨으로 이끌어주십니다.”

‘복음의 기쁨’은 ‘가톨릭 생활성가 크루 열일곱이다’(이하 열일곱이다)를 통해 세상에 소개됐다. 열일곱이다는 제17회 cpbc 창작생활성가제 출전자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로, 매월 17일 새로운 성가를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연을 위해서였지만 신앙 안에서 모였기에 모두 친구가 됐어요. 성가제 준비피정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든 이들이 모여 해가 뜰 때까지 찬양을 불렀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열일곱이다에 함께하는 이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부르심에 응답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복음의 기쁨’은 우리 ‘열일곱이다’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해 준 성가이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성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복음의 기쁨을 들고 세상을 향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선포하고 싶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