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제8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참석한 ‘괄란디 농인 선교수도회’ 사비노·찰스 신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9-06-03 수정일 2019-06-04 발행일 2019-06-09 제 3148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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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장벽도 하느님과 소통 막을 순 없어”
 농인을 위한 수도회… 각지에 수화 가능한 사제 부족 
“듣지 못한다고 연민하는 대신 실질적 교육으로 지원”

‘괄란디 농인 선교수도회’ 사비노 카스틸리오네 신부(오른쪽)와 찰스 오누맥부 신부(왼쪽)가 5월 30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 담당 사제 박민서 신부(가운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로지 농인을 위한 수도회입니다.” 사비노 카스틸리오네(이탈리아·청인(들리는 사람)) 신부와 찰스 오누맥부(나이지리아·청인) 신부는 5월 30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소속 수도회인 ‘괄란디 농인 선교수도회’에 대해서다. 6월 2일 수원교구 광주 천진암성지에서 열린 제8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사비노·찰스 신부는 농인 사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두 신부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도회의 이탈리아어 명칭 ‘Piccola Missione per i Sordomuti’를 그대로 번역해 ‘작은 농인 선교수도회’라고도 불리는 ‘괄란디 농인 선교수도회’는 1913년 7월 1일 교황청이 승인한 수도회다. 1872년 8월 15일 처음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창립자 주세페 괄란디 신부의 정신에 따라 농인들을 교육하고 복음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지금은 브라질과 필리핀,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올 3월에는 주세페 신부의 삶이 담긴 책 「듣지 못하는 이들의 신부」를 한국에서 발간하기도 했다.

사비노·찰스 신부는 각각 57년, 11년간 수도회 생활을 했다. 농인 사목 기간은 다르지만, 두 신부는 농인 사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교육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교육이 이뤄져야 문화도 형성되고 그럴 때라야 농인들의 삶도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수도회 총장인 사비노 신부는 “교육이 이뤄지려면 농인들과의 소통부터 잘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수도회에서는 입회 후 3개월 동안 반드시 수화를 익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수도회가 농인 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농인들이 어떤 장벽도 없이 하느님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해서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찰스 신부는 “아프리카에서도 농인은 고립된 존재”라면서 “그곳에서는 수화를 할 수 있는 사제가 부족해 농인들이 하느님 말씀을 접할 기회도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찰스 신부는 “수도회가 농인들에게 양질의 학교교육을 하고 신앙교육을 하는 까닭은 이를 통해 농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도회는 한국을 포함해 농인 사목이 열악한 아시아에서 농인들을 위한 사제 양성을 위한 학교를 필리핀에 세울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비노·찰스 신부는 수도회에 대해 ‘사랑이 더 크게 말하는 곳’(a place where love speaks louder)이라고 강조했다. 목소리가 아닌 사랑으로 그 사랑을 더욱 크게 퍼뜨려 나가는 곳이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두 신부는 “농인이라는 사실은 부끄러워하거나 움츠러들 일이 아니라며 농인으로서 자부심을 지니고 보다 적극적으로 배우고 소통하라”고 당부했다. 청인들에게는 “농인을 불쌍히 여기거나 무시하지 말라”면서 그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교육하고 도와줄 것을 조언했다.

한편 두 신부는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의 담당 사제 박민서 신부와의 인연으로 이번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 행사에서 사비노·찰스 신부는 각각 수도회의 역사와 미래, 아프리카의 농인 사목에 대해 강의했다. 이에 앞서 사비노·찰스 신부와 박 신부는 5월 30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하기도 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