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가톨릭신문-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⑦ 근세 일본교회와 불교와의 대화
일본에 뿌리내린 불교, 선교사들도 불교와 비교하며 교리용어 사용
규슈지역 가톨릭 개종자 상당수가 정토진종 불교신자
선교 초기 하느님인 ‘데우스’를 불교용어 ‘대일’로 불러
일본교회는 16세기 유럽 선교사들의 노력으로 신앙의 뿌리를 내렸다. 이후 교세는 작지만 일본사회의 소외된 이웃들 사이에서 복음의 기쁨을 알리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이세훈(토마스 아퀴나스) 상임연구원의 기고를 통해 예수회를 주축으로 한 유럽의 선교사들이 근세 일본의 주축 종교였던 불교와 일본 전통 문화 안에서 어떻게 일본 국민들에게 신앙을 전파했는지 알아본다.
■ 16세기 가톨릭교회와 불교와의 대화
하비에르 성인이 가고시마에 상륙한 시기에는 군웅할거 하는 영주들 간의 오랜 전란이 계속되면서 일본사회는 혼란스럽고 피폐했다. 일본불교는 정토종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토진종이, 전쟁에 지친 사무라이(侍)와 일반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교세를 확장하고 널리 퍼져나가면서 대중화됐다. 따라서 16세기 일본 가톨릭교회는 불교와의 만남과 대화를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규슈지역에서 가톨릭이 일찍이 뿌리내린 붕고, 히라토, 아마쿠사 등 주요 지역을 조사한 결과, 이들 지역의 가톨릭 개종자 중 상당수가 정토진종의 불교신자였다. 아미타불을 유일신으로 믿는 정토진종과 가톨릭 교리는 유사성이 있는데, 선교사들은 정토진종 신자들에게 가톨릭 교리 용어를 불교교리 용어와 비교해서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서양인 입장에서 불교는 무신론에 기초하고 있고 범신론적 요소가 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토진종의 아미타신앙은 일신교적 사유에 기초하고 있다. 창시자 신란(親鸞)은 아미타를 영원한 빛이라고 칭하고, 인간의 사고로는 파악할 수 없는 신적존재로 이해했다.
일향전수(一向專修)는 바로 이 유일한 아미타의 이름을 부르는 것 이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신앙이다. 당시의 문서에 정토진종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신자들이 ‘데우스(Deus, 하느님)는 아미타와 같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면 서양선교사들은 불교신자인 일본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호칭을 사용했을까? 하비에르 성인이 일본에서 포교활동을 시작할 때 안내자였던 진언종 불교신자인 안지로의 영향을 받아, 초기에는 하느님, 즉 ‘데우스(Deus)’를 일본불교 진언종에서 사용하는 ‘대일(大日如來)’이라고 칭했다. 후일 이것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예수회는 교리용어로 원어주의를 채택하여 하느님을 라틴어 원어대로 ‘데우스(Deus)’로 호칭했다.
하지만 ‘데우스’라는 용어로도 일본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설명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1580년대 발리냐노 순찰사의 지도 아래, 이제는 어느 정도 일본문화와 일본어를 이해하게 된 서양선교사와 일본 방인수도자가 모여 논의한 끝에 결국 ‘천주(天主)’로 개칭했다. 즉 초기 일본 가톨릭 선교시기 하느님의 호칭은 ‘대일(大日)⇒데우스(Deus)⇒천주(天主)’로 변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세훈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