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지상 신학강좌] 6. 기초신학 - 종교(宗敎) 그 어원적 의미 / 박도식 신부

박도식 신부ㆍ철학 문학박사ㆍ대구 신암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9-09-25 수정일 2019-09-25 발행일 1987-05-24 제 155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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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인간 존재 가치 제시
동서양막론, 인간사의 근본
종교란 무엇인가?

「인간은 종교적인 동물」이란 내용을 우리는 위에서 몇 가지 살펴 보았다. 이제는 구체적으로「그 종교가 무엇인가?」하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종교의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먼저「종교(宗敎)」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한자에서 말하는 종(宗)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宗자의「宀」은 집을 뜻하고「示」는 신(神)을 뜻하는 글자이다. 그래서 이 종(宗)자를 풀어 설명한다면 한 집안의 조상을 받드는 족장(族長)을 뜻한다.

종(宗)자의 뜻은「마루 종」「으뜸 종」또는 「근본 종」의 뜻으로 쓰여 진다.

우리나라 말에 종(宗)과 붙은 단어의 의미를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한다.

1)종가(宗家)~족보로 보아 한문 중에서 종가의 혈통을 종계(宗系)라고 한다.

2)종답(宗畓)~수확한 것을 조상의 제사에 쓰기 위해 종중(宗中)에서 가지고 있는 논

3)종묘(宗廟)~조선조 때 역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던 왕실의 사당

4)종반(宗班)~임금의 본동(本宗)이 되는 겨례불이

5)종법(宗法)~종중 총회에서 채택 결정한 것으로 종중에 관한규약

6)종사(宗師)~모든 사람들이 높이 우러러보는 위대한 스승

7)종손(宗孫)~종가(宗家)에 대를 이를 맏손자

8)종신(宗臣)~나라에 큰 공을 세운 신하

9)종정(宗正)~종파의 가장 높은 어른, 불교에서는 불교를 대표하는 통학자로 총본산의 수령

10)종주(宗主)~한집단의 최고 우두머리, 옛날 중국 봉건시대에 모든 제후들 가운데서 패권(覇權)을 잡던 맹주(盟主)

11)종지(宗旨)~종문(宗門)의 교의(敎義)가 가지는 뜻. 근본이 되는 중요한 뜻

12)종학(宗學)~조선조때 왕족의 교육을 맡아보던 관청

교육의 근본행위

이와같이 종(宗)은 언제나「기본적인 것」「으뜸 내용」을 뜻하는 글자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받는 교육에 있어서 제일 으뜸 교육이 무엇인가? 그 기본(宗) 교육(敎)을 종교(宗敎)라고 한다. 그러므로「종교」라는 이 말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먼저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 교육의 기본이란 뜻이다. 그래서 교육자 페스탈로찌도 말했다.

『종교는 교육의 근본이다』

서양말인 종교(Religion)의 어원적인 뜻은 무엇인가? Religion, 이 말은 라띤어 Religio에서 나왔고 라띤어 Religio란 말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학설로 그 의미를 설명한다.

1)치체로(Cicero)의 설 Re-legere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것은「다시 읽어본다」는 뜻인데 다르게 표시하면 「다시 안다」는 뜻이다.

2)락딴씨우스(Lactantius)의 설은 Re-ligare에서 나온 단어라고 한다. 이것은「다시 묶어 맨다」는 뜻인데 떨어져 있는 것이 다시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3)성 아우구스띠누스의 설인데 그것은 Re-eligere에서 Religio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그 뜻은 「다시 선택한다」는 뜻이다. (註:「가톨릭 사상 강좌」16면 참조)

영ㆍ불ㆍ독어로 표시되는 Religion의 말은 「다시 아는 것」「다시 하나가 되는 것」「다시 선택하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잃어버린 진리를 다시 찾는 것, 사랑의 대상을 다시 찾아서 하나가 되는 것, 영원한 행복을 선택하는 것이 종교라는 뜻이다.

우리 인간은 쉬지 않고 부단히 움직이며 무엇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는가? 잃어버린 그 무엇을 되찾으려는 모든 행동이「인간의 삶」으로 집약이 되지 않을까? 학자들은 진리를 찾으려 하고 사업가들은 돈을 얻어 행복을 찾으려 하고 젊은 남녀들은 사랑을 찾으려 하고 예술가들은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 않는가? 이게 모두가 종교적인 행위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모든 행동이 새로운 그 무엇을 얻고자 하는데서 출발된다면 그것은 모두가 종교적인 행동이란 뜻이다. 그러니 우리의 삶과 우리의 생활 그 모든 것이 종교적인 내용이란 말이다.

영원한 행복 추구의 길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宗敎」「Religion」이란 말은 인간사의 기본을 말하고 있다.

종교를 교육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인간이 무엇이며 왜 태어났으며 어떻게 살아야하며 인생의 종말은 무엇인가 하는 기본적인 교육의 과제를 다루는 것이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일반사회 교육은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인 반면에 종교는 인간존재의 그 목적론적인 가치를 제시하는 기본 교육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주어진 귀한 삶의 의미를 되찾는 길, 다시 말해서 영원한 행복을 다시 선택하고 영원한 희망의 길을 다시 찾고 드디어 생명 자체이시고 행복과 사랑 자체이신 그 분과 하나 되는 것이 종교의 근본 의미라는 뜻이다.

그래서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살아가는 방법으로 주어진 물질적인 조건에서만 결코 만족을 할 수 없고 하늘을 그리워하고 영원한 이상을 추구하고 영원한 삶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어떤 민족이든지 그 형태의 내용을 불문하고 종교는 있었고 모든 인류는 인생의 마지막 보든 문제를 종교와 연결시켰고 종교적인 가르침 속에서 인생의 마지막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과 떨어질 수 없는 이 종교는 과연 무엇을 우리에게 채워줄 수 있으며 종교의 그 진정한 정의는 무엇인가?

박도식 신부ㆍ철학 문학박사ㆍ대구 신암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