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실직 후 신앙도 잃어버렸습니다

황미구 원장rn(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9-10-29 수정일 2019-10-29 발행일 2019-11-03 제 316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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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생각해보세요

【질문】 실직 후 신앙도 잃어버렸습니다

50대 중년 가장입니다. 1년 전 실직 후 재취업을 하지 못해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당에 나가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아는 사람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사람들의 눈길도 두렵습니다. 이러다가 신앙 자체도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괴롭습니다.

【답변】 두려움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생각해보세요

실직을 하고 재취업을 못한 누군가가 성당을 나가기가 두렵다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만약 교회 안이나 밖에서나 개인의 사회적 성취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다를 게 없다면 이 또한 교회 공동체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인 능력 부족이나 실패로 인한 두려움과 수치감, 열등감이 있다면, 하느님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 놓고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봅니다.

칼럼니스트 이규태의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따르면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의식 구조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열등의식, 서열의식, 상향의식, 집단의식, 가족의식, 체면의식, 내향의식 등과 같은 것들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체면은 한국인들이 가지는 아주 고유한 특성인데, 이러한 체면은 종종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개인이 속한 집단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개인의 실패나 좌절, 실수 등을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 또는 개인이 속한 집단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녀의 대입 실패도 부모의 탓으로 여겨진다든지, 남편의 사회적 지위가 부인의 사회적 지위로 동일시되는 경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인의 체면도 사실 알고 보면 두려움 때문에 생겨나는 것들입니다.

성당을 가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요? 열심히 일하고 50세가 돼서 실직하고 재취업을 못한 누군가에게 무능하다고, 부족하다고 돌을 던지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요? 오히려 그간 살면서 누군가에게 같은 이유로 무능하다고 부족하다고 무시하거나,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난한 적이 있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무능하다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실직했다는 이유로 교회 안에서 누군가로부터 비난이나 무시 또는 거절을 당한다면 그건 그 누군가의 문제이니 더 이상 문제를 소유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만약 나 자신이 스스로의 무능력에 대해서 스스로 거절당하고 무시 받고 비난받을 것이라고 느낀다면 이건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부분인 듯합니다. 그러니 적어도 두려움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문제 소유를 내가 해야 하는 것인지 먼저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젠가 원고에서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스타워즈’ 영화 속의 인물인 요다 스승이 제자 아나킨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모든 두려움은 어둠으로 가는 길이다. 두려움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증오를 낳으며, 증오는 고통을 낳는다. 네 속에 너무 많은 두려움이 느껴지는구나.” 두려움은 두려움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타인에 대한 불편감이 두려움으로, 그리고 언젠가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바뀌게 됩니다. 점점 사람들 만나기를 회피하게 되고, 이는 개인의 열등감과 수치감을 극복할 기회를 점점 없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엔 인생이 고통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매일 처음 살아 보는 오늘 하루에 대해 정답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새로운 하루는 누구라도 똑같고,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익숙했던 삶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게 돼 있고,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미래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려움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 잘 구별하고, 사람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하느님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새로운 하루가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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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rn(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