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꽃동네 수도자 찬미단 (하)·끝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9-12-17 수정일 2019-12-17 발행일 2019-12-25 제 317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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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에 ‘응답’하면 어려움 없습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1주년을 맞아 열린 KBS ‘열린음악회’에 출연한 오웅진 신부와 꽃동네 수도자 찬미단. 꽃동네 수도자 찬미단 제공

■ 수도 삶

“없어질 육에 메이지 않고 영생의 길을 가리라”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 같이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세상’은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위해 예수의꽃동네형제회·자매회 수도자들은 자신을 기꺼이 내어 놓는다. 쉬운 삶은 아니다. 갈등과 고민도 많고, 유혹에 흔들리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할 것이다. 예수의꽃동네형제회 최창현(도마) 수사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수련기 때였습니다. 제가 수도자로 살아갈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수도회 창설자이신 오웅진 신부님께서 ‘하느님께서 부르셨어도 나의 응답이 없으면 수도자로 살 수 없다’는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어요. 그 말씀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을 했습니다. 때로는 그 응답대로 살아가는 것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자격을 따지고 응답에 유혹과 의심을 붙이는 것은 제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네’하고 살아가면 어려울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때의 깨달음을 성가로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묵주기도를 바치고 천천히 가사로 옮겼다. 후렴은 오 신부의 말을 인용해 가사를 썼다. 그렇게 만든 성가가 ‘수도 삶’이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부를 자신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만들고 보니까 가사처럼 살 자신이 없었어요. 사람들 앞에서 부를 수도 없었어요, 부끄러워서. 그런데 내년 2월 종신서원을 앞두고 ‘수도 삶’을 부를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성소에 관해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고 어려운 일도 있었죠.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모든 것들이 수도생활에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네’라고 응답하면서 이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응답에 책임을 지며 하느님만을 따르겠다고 말하는 최 수사의 눈빛에서 확신과 행복이 엿보였다. 가난의 영성으로 살아가는 꽃동네 수도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웅진 신부님의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가슴 깊이 새긴 것은 ‘사랑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몽땅 주는 것이다’입니다. 더 이상 줄 수 없을 만큼 제 자신을 비워내어 가난해 지는 것이 진정한 수도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때로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행복이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제 삶을 위협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하기 싫든 좋든 ‘네’하고 응답하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생활성가의 기쁨’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