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통일정책과 한국교회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12-23 수정일 2020-01-08 발행일 2020-01-01 제 317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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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선교’에서 ‘민족화해’까지… 함께 살아갈 동반자라는 인식부터
1989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발표
북한과의 화해 위한 기도 운동 전개
1995년 북한 수해민에 첫 성금 전달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설립

새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전쟁 전까지 남북 분단은 일시적ㆍ임시적 조치로 여겨졌지만 1953년 정전과 함께 남북 분단은 고착화됐다.

이와 함께 통일 논의가 생겨났다. 처음에는 무력에 의한 북진통일을 주장하다 이후 개방적인 대북정책을 거쳐 현재 점진적·단계적 통일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냉전시대에는 ‘북한선교’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95년에는 ‘민족화해’를 지나 최근에는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우리 정부의 통일 정책 흐름 전반을 살펴보고 각 정부별 통일 정책의 변화와 그에 대한 교회 입장을 연재한다.

■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며 한반도 분단 상황이 굳어졌다. 정전 후 이승만 정부는 무력에 의한 북진통일을 주장했다. 공산주의에 의한 박해를 경험한 가톨릭교회는 확고한 반공태세를 지켰다. 반공주의는 당시 교회를 비롯해 모든 종교계와 전 사회에 팽배해 있었다. 이승만 정부 이후 1960년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정권은 ‘선 건설 후 통일론’이라는 소극적 대북정책을 펼친다. 이 정책은 박정희 정권까지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전 세계를 얼어붙게 했던 반공주의는 1970년대에 들어 완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남한에서도 통일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1972년 7월 4일 박정희 정부는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에 합의한다는 내용으로, 남북한 당국이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의 길을 모색하며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공동성명은 남북한 정권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1960년대 후반 이후 동북아 국제정세에 떠밀린 타의적 결과이며, 오히려 한반도 분단 상황을 고착화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서울대교구장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8월 9일 ‘현 시국에 부치는 메시지’를 발표해 “7·4 성명의 진의는 무엇인가. 진정 5000만 민족의 염원에 보답하기 위한 진지한 남북대화가 7·4 성명으로 시작될 것인가. 아니면 이 성명은 남북한 집권자들이 정권 연장을 위한 권력 정치의 술수인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1972년 8월 9일 당시 서울대교구장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7·4 남북공동성명에 대한 한국교회 입장을 담은 ‘현 시국에 부치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 우리는 한 민족, 한 형제

이후 노태우 정부는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적극적인 북방외교 추진에 두며 보다 개방적인 대북정책을 편다. 특히 1989년 9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표하며 북한을 선의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남북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두 달 뒤인 11월 교회는 그동안 주적이라고 생각했던 북한과의 민족화해 운동을 시작한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기도는 핵무기보다 강하다”며 남북통일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운동에 들어갔다.

이후 고(故)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8월 15일 새로운 통일방안 제시했다.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약칭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노태우 정부의 통일방안을 계승하면서 보완·발전시킨 것으로, 남북 간 화해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고 평화를 정착시킨 후 통일을 추구하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방안이다.

1995년은 통일사목의 분기점이 되는 해다. 한국교회는 당시 큰 수해를 입은 북한에 먼저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 민족화해의 돌파구를 만들었다. 같은 해 3월 1일 서울대교구에 민족화해위원회가 설립됐다.

하지만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5·24조치로 한국교회의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한국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운동과 교육, 본당 활동 등으로 저변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정책 기조로 유지하고 있다. 이 통일방안은 권력배분이 아니라 ‘민족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계급이나 집단중심의 이념보다 인간중심의 자유민주주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5년 수해를 입은 북한에 성금을 전달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18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미사 성체성가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울려 퍼졌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6월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거행한 한반도 평화기원미사.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