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가톨릭신문‐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16) 중국 문화 바탕에 깔린 종교성 (하)

최경식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홍보실장)
입력일 2020-02-11 수정일 2020-02-11 발행일 2020-02-16 제 318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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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대동세계’, 복음 속 하느님 나라와 의미 통해
풍부한 문화유산에 뿌리 둔 깊은 종교성과 신앙·윤리관 등 중국인들 지향하는 이상사회 복음 수용할 바탕 갖추고 있어
마태오 리치의 적응주의처럼 중국 문화 연구하고 대화하며 복음화 방법 찾아나서야

중국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안에 녹아 있는 중국인들의 종교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지는 지난 두 회에 걸쳐 중국의 종교성과 신관을 알아봤다. 중국인의 영생관과 복음 사이의 접점을 찾고, 유가의 선유사상과 ‘참 행복’의 비교를 통해 중국 문화와 대화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문화 바탕에 깔린 종교성’ 마지막 회로,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연구위원이자 홍보실장인 최경식(스테파노) 박사를 통해 중국인들이 추구하는 대동세계를 통해 복음화 가능성을 살펴 본다.

■ 인륜과 현세를 중시하고 대동세계(大同世界)를 지향하는 중국문화

「예기·예운」(禮運) 편에 공자는 대동세계, 즉 이상사회(理想社會)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대도지행야, 천하위공(大道之行也,天下爲公:대도가 시행되니 천하는 모든 이의 소유가 된다). 선현여능, 강신수목(選賢與能, 講信修睦:재덕을 겸비한 사람을 선발하여 천하를 다스리니, 사람 사이에 믿음이 생기고 화목하게 지낸다). 고인불독친여친,불독자기자,사노유소종,장유소용,유유소장,긍과고독폐질자,계유소양(故人不獨親其親, 不獨子其子, 使老有所終, 壯有所用, 幼有所長, 矜寡孤獨廢疾者, 皆有所養: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육친만 육친으로 삼지 않고, 자신의 자녀만 자녀로 삼지 않으며, 늙은이는 행복한 만년이 있고, 장년의 재능은 충분히 발휘되며, 어린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과부·홀아비·고아·자식 없는 사람·불구자는 보살핌을 받는다). 남유분, 여유귀(男有分, 女有歸:남자는 직분이 있고, 여자는 돌아갈 곳이 있다). 화오기기어지야, 불필장어기(貨惡其棄於地也, 不必藏於己:재물을 함부로 낭비하거나 버리는 걸 싫어하며, 자신의 곳간에 쌓지 않는다); 역오기불출어신야, 불필위기(力惡其不出於身也, 不必爲己:공공의 일에 힘을 다하지 못함을 혐오하는데, 이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시고모폐이불여, 도절란적이불작, 고외호이불폐(是故謀閉而不興, 盜竊亂賊而不作, 故外戶而不閉:고로 음모와 궤계가 일어나지 않고, 재물을 훔치거나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 대문은 닫을 필요가 없다). 시위대동(是謂大同:이런 사회가 바로 대동세계다).”

‘대도지행, 천하위공(大道之行, 天下为公)’, 이것이 바로 복음이 전하는 ‘천국’과 통한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어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3-34)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놓으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마르 4,26-27)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마르 4, 30-32)

이런 대동세계 지향은 중국인에게 복음 가운데 ‘천국’을 더 명확히 하고 천국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관념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한다. 천국은 단지 내세의 것만이 아니며, 그것은 현세에 시작되어 내세에 완성된다. 공자·맹자·묵자 등이 건설하려던 대동세계와 도덕지국은 바로 천국을 받아들이는 제일보다.

2018년 3월 25일 중국 여우퉁의 한 성당에서 신자들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긍정과 가능성에 무게를 둔 중국 복음화 노력 필요

중국과 중국사회, 중국인과 복음을 연결 짓는 키워드는 ‘영생관’과 ‘신앙관’, ‘윤리관’ 그리고 ‘대동세계’다. 중국인은 오래전부터 영생의 관념을 가지고 신을 믿어왔으며, 도덕을 바탕으로 하는 풍부한 윤리관 그리고 대동세계라는 이상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요소는 바로 중국인이 복음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중국문화는 많은 진선미 요소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렬한 대자연 회귀 경향과 대자연과 친교하는 습속이 있다. 이것은 중국인의 심령을 높이고, 진선미의 조물주께 나아가고 접근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진선미는 하느님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진선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하느님을 찾게 된다. 풍부한 문화유산은 실로 하느님을 알게 되는 주요 노정이다.

중국문화는 심령을 높이고, 기질을 변화시키며, 은연중에 동화되는 기능을 가진다. 중국문화와 대화하려면, 중국문화의 정수를 연구하고 접촉해서 중국문화에 녹아들어야 한다.

우리는 일찍이 마태오 리치가 중국에서 복음을 전할 때 먼저 중국문화의 진수, 그중에서 선유사상(先儒思想)을 깊이 이해하면서 유학자들과 속 깊은 교류를 통해 복음을 전파했던 ‘마태오 리치 적응주의’를 다시 마음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중국공산당장정」(中國共産黨章程) 총강(總綱)에 “당의 최고 이상과 최종목표는 공산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 정하고 있는데 이것도 주목해볼 만한 대목이다. 현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중국몽(中國夢)’ 실현에 초점을 두고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는 ‘소강사회(小康社會, Well-off Society)’ 달성, 중국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소강(小康)’이라는 말은 역시 「예기·예운」(禮運)에 나오며, “천하를 집으로 삼고, 예의가 구현된 사회”를 뜻한다. 유가에서는 ‘소강’(小康)을 통상 ‘대동’(大同)으로 가는 전 단계로 여기는 바, 현 집정자들이 밖으로 ‘공산주의 실현’을 내세우고 안으로 ‘대동세계’를 지향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시진핑의 전제화 경향은 언론 사상통제로 나타나고 그 여파가 신앙과 종교의 억압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중국사회와 중국인들에게 녹아있는 문화유산은 시대의 변천에도 절대불변임을 주목하고 ‘겨자씨’ 같은 가능성만 있어도 “문화와 대화”하고 복음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 문화와의 대화!

구호만으로 절대 실현될 수 없다.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최경식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