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주)아이비스 대표·달성교육재단 이사장 이순금(모니카)
“소외되고 힘든 이웃 생각한다면, 지금이 바로 나눔 실천할 때”
본당서 봉사하는 부모님 보며 성장
성가대 단장·제대회 회장 등 맡으며 단체 안에서 ‘사람의 중요성’ 배워
기업에도 적용… 성장도 사람 중심
‘모두 행복한 학교’ 목표로 인재양성
학생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노력
권위 내려놓은 ‘눈높이 대화’ 중요
이순금(모니카·75·대구 만촌2동본당) 달성교육재단 이사장은 기업가이면서도 ‘대표님’보다는 ‘자매님’ 호칭이 더 익숙하다. 경영인이자 학원법인 이사장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그의 삶에서 언제나 1순위는 ‘하느님’이다.
이순금 이사장을 7월 24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세상이 어수선한 요즘, 그는 “누구도 소외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 대담 : 장병일 편집국장
◎ 일시 : 2020년 7월 24일
◎ 장소 : 대구 ㈜아이비스 대표 집무실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이순금 이사장님은 ‘자랑스러운 가톨릭경제인상’을 받으실 만큼 모범적인 경제인이자 그리스도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89년 설립한 ㈜아이비스 대표를 맡고 있으시죠. 기능성 건강의류나 침구류, 내의 등 소금에서 실을 뽑아 만드는 건강기능성 섬유제품을 유통·판매해오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달서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달성교육재단 이사장을 맡으시면서 전인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힘쓰고 계십니다. 대구대교구 제2대리구 총회장도 맡고 있으시죠.
▲이순금 이사장(이하 이 이사장) : 저는 자랑스러운 경제인도, 신앙인도 아닙니다. 저의 모습이 바깥에서는 더 크게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항상 하느님 앞에 죄송스럽고 또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것은 약소할 뿐인데,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어 오히려 부담스럽습니다.
-장 국장 : 이사장님의 기업이나 학교법인 운영에 어려움은 없으십니까.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요즈음, 이사장님과 가족 등 주변 분들은 건강히 지내셨는지요? 요즘 근황부터 알려주십시오.
▲이 이사장 : 회사에는 크게 영향이 없었지만, 다들 잘 아시다시피 학교는 (등교와 방역 문제 등으로) 큰 영향이 있었지요. 코로나19를 통해 도심 속의 학교 교육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인성교육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달성교육재단의 학교는 전원 속에 있습니다. 마천산 자락에 있는 저희 학교에 ‘인성의 숲길’이라고 만들어 놓았습니다. 교사와 제자가 숲길을 함께 걸으면서 소통하고, 올바른 인성을 기르도록 하자는 취지인데요. 숲길에는 600m마다 나눔, 소통, 화목, 배려의 네 가지 덕목을 적어 놓았습니다. 학생들은 이 길을 밟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인간이 살아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의 기능을 생각하면서, 저희 학교의 역할 또한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교육 환경도 재정비돼야 할 때죠. 사각의 교실 안에서 학생들이 똑같은 수업을 받고, 줄 서는 식의 경쟁방식은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부분이 됐지요. 자연에서 인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도심 밖 학교 교육이 중요한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장 국장 : 이사장님께서 예전에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은 교회 안에서 다 배웠다”고 말씀하신 걸 접한 바 있습니다. 과연 무엇을 배우셨고, 어떤 것을 어떻게 접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이사장님의 신앙생활부터 말씀해주시면 어떨까요? 구교우 집안에서 태어나시어 오랫동안 교회에서 봉사해오셨습니다.
▲이 이사장 : 교회 안에서는 ‘함께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공동체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죠. 교회도, 기업도 사람이 머무는 곳입니다. 기업의 성장은 사람이 중심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 방법이 좋아도 사람이 없으면 안 됩니다. 기업에 사람이 머무는 운영을 교회 안에서 배운 것이죠. 젊은 시절부터 성가대 단장, 나눔회 회장, 제대회 회장 등을 맡으면서 단체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의 중요함을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모토(신조)는 겸손과 배려입니다.
그러고 보면 본당에서 일을 도맡았던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어머니의 세례명은 마리아, 아버지는 베드로였습니다. 어릴 적 기억에 어머니는 늘 본당에서 봉사하는 분이셨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늘 교회와 함께 살았고, 부모님께서 항상 저에게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6·25전쟁 직후,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어머님께서 수박이나 달걀 등을 구해다 신자들에게 나눠주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장 국장 : 이사장님의 말씀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저희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경제적 고통 등 다양한 어려움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기성세대뿐 아니라 청소년, 청년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이사장 : 코로나19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자연 훼손, 먹거리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 남을 원망해왔던 마음, 비판을 위한 비판 같은 것을 줄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19는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상관없이 우리 삶에 침투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함께해야 합니다.
소외되고 힘든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는 우리가 돼야 하겠습니다. 말로만 하지 않고 주님의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마음을 바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작은 것이라도 바로 행동해야지요. 재화를 많이 갖고 적게 갖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리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