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6개 종교ㆍ사회단체 주최 여차장「삥땅」주제 심포지움

입력일 2021-01-14 수정일 2021-01-14 발행일 1970-05-03 제 71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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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인권 되찾는 행위"

그들은 과연 죄인일까?
업자의 인권 유린 행위부터 규탄 받아야
없애야 할 불정, 현실적으론 어려워
"논리적 면에선 용납 못해"


【서울】4월 28일 YMCA 강당에선「삥땅」이란 야릇한 단어를 놓고 종교인ㆍ노동문제 연구가 시민 사이에 열띤 토론을 벌였다。원주교구, 한국 노사문제 연구협회, YMCA 등 6개 종교 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한「버스 여차장의 삥땅에 관한 심포지움」이 바로 그것이다。

「삥땅」이란 말은 운수업계에서 통용되는 은어다。화투놀이에서「1」을「삥」이라 하고「삥」이 두 개 합치면「삥땅」이라 하는데 버스 차장들이 쓰는「삥땅」의 의미는 손님들로부터 받은 요금 중 일부는 자기 주머니로 빼돌리는, 말하자면 일종의「공금 횡령율」을 뜻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하고 많은 부정 중 하필 박봉과 중노동에 시달리는 버스 차장들의 전통적(?)이고 상습화된「삥땅」문제를 놓고 열을 올리는가?

『저는 올해 19세의 차장입니다。하루 18시간 노동에 허덕이지만 월급과 하루 3백 원씩 얻는 부수입으로 살아갑니다。그 수입을「삥땅」이라 부른답니다。

매일 공금을 훔친다는 죄의식 속에 살지만「삥땅」이 없이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습니다。

매일 공금을 훔친다는 죄의식 때문에 성당에 갈 수가 없습니다。저는 영원히 교회와 등져야 합니까? 저는 정말 죄인인가요?』어느 여차장의 절규다。

여차장의 1일 근무 시간은 평균 18시간 이틀 일하고 하루 쉰다。월급은 7천 원에서 1만 원선。이 월급으론 도저히 살 수 없다。그래서 이들은 오래 전부터「삥땅」의 덕을 보고 있다。

그러나「삥땅」은 용납될 수 없는 부정행위가 명백한 이상, 근절돼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삥땅」을 어떻게 볼 것인가?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는 종교인의 입장에서『종교인이 남의 돈을 훔치는 것이 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놀라겠지만「삥땅」은 죄가 아니다』고 결론 짓는다。

사람은 노동에 마땅한 대가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인격을 무시한 18시간의 노동과 인간 이하의 대우 속에서 최소한의 생활과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몇백 원을「삥땅」하는 것은 유린 당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기에 죄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한 임금을 못 받는 이들이 제 나름대로 권리를 찾으려는 이 행위를 탓하기 앞서 오히려 사람의 정당한 권리를 부인하려는 자들을 규탄해야 한다고 지 주교는 말한다。

한편 노동 전문가 입장에서 한국 노사문제 연구협회장 박청산 씨는 버스업의 황금 시기였던 1950년대에 업자들이 종사자들에게 선심으로 조금씩 집어주던 것이 오늘날「삥땅」으로 변질된 만큼 이는 임금의 일부로 간주되어야 하며 호의호식 향락을 위한 부정 거래와는 엄연히 구별된 인도적 입장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적인 면에서「삥땅」은 없어야 한다고 결론을 모았다。

지 주교는 내일의 어머니가 될 이들이 부담 없이 잘못을 범하는 정신상태로 가정에 들어갈 때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사용주의 정당한 대우만이 해결 방안임을 제시하면서 기업주들이 운영의 불합리, 기업의 지출에서 오는 손실을 이들에 전가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부정에 항거하고 특히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지 않는 한 사회악의 일부인「삥땅」은 여차장들 머리 속에 죄의식을 낳고 시민은 아침 저녁 일그러진 차장의 모습을 보며 버스를 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