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55년 만에 처음으로 교구청 짓는 마산교구
교구민 신앙과 삶 나눌 ‘성서적 풍경’ 조성… 더 많은 관심 절실
44년 전 지어진 현 교구청 복음화 새 거점 필요한 상황
신자들 교육·문화 터전으로 자연과 하나 될 부지 마련
코로나19로 모금 못 나서
숲으로 둘러싸인 곳, 사방에 싱그러운 자연의 기운이 그득하다. 그 중심에 교구민들이 한데 모여 신앙과 삶을 나눌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과 교구 업무공간, 하느님을 찬미하는 전례 공간이 들어선다. 신앙교육과 각종 신심 프로그램은 물론 결혼식과 같은 각종 행사, 신자 가족들의 나들이, 주일학교 학생들의 소풍 등이 다채롭게 펼쳐질 교구민들의 교육·문화·여가 터전이다. 특히 지역민 누구나 오가며 자연스럽게 교회문화를 접하고 친교를 나누는 열린 공간으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마산교구(교구장 배기현 주교)가 지어나갈 새 교구청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교구는 6월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죽헌로72 부지에서 새 교구청 건립의 첫 삽을 뜬다. 교구의 오랜 소원의 실타래를 푸는 첫 장이다.
■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기 교구청이 없는 교구
마산교구는 지난 1966년 부산교구에서 분리 설정,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첫 교구장으로 맞이하고 이후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일궈왔다. 당시 21개 본당에 신자 2만8069명, 사제 25명으로 출발한 교구는 현재 준본당 1개를 포함해 74개 본당에 신자 18만1943명, 사제 170명(외국인 사제 3명, 2020년 12월 통계)으로 성장, 지역교회 안팎에서 활발하게 복음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교구는 50여 년이 훌쩍 넘은 역사 안에서 한 번도 ‘자기’ 교구청을 가져보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교구청은 지난 1974년 자매교구인 오스트리아 그라츠교구민들이 보내준 성금으로 지은 건물이다. 당시 건물은 ‘가톨릭 문화원’으로 문을 열어 교구와 지역 사회를 위한 신앙·문화 활동 공간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 교구는 바로 그 건물 일부를 업무 공간으로 사용해왔다. 게다가 1977년 학교법인 성지학원이 설립되면서 건물이 법인 수익사업 재산으로 귀속, 교구는 연간 7000만 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내오고 있다.
무엇보다 교구 성장세에 따라 교구 업무가 증가되고 다양화되면서, 복음화의 거점으로 활용할 규모 있는 교구청이 필요했다. 이에 교구는 교구 설정 25주년(1991년)을 준비하던 1988년 3대 기념사업을 선정했다. 주교좌성당과 교육관 건립, 그리고 교구청 이전이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교구청 이전은 계속 미룰 수밖에 없었고, 이후 2016년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사업으로 다시 수면 위에 올릴 수 있었다.
■ 새 교구청, 복합 교육·문화 공간으로
교구청을 지을 곳은 요즘엔 보기 드문 널찍한 친환경 부지다. 교구는 설정 5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던 중 2014년 대지와 임야 포함 14만111㎡ 규모의 터를 사들일 기회를 가졌다. 국군 통합병원이 있던 그곳은 교구가 필요한 다양한 공간을 단계별로 채워나갈 수 있는 대규모 부지였다. 또한 도심 인근에선 찾기 어려운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었고, 교구 관할 지역 어느 곳에서든 1시간 남짓이면 접근할 수 있는 교구의 중심 위치였다.
교구는 이곳에 교구청을 지으면서 이른바 ‘성서적 풍경’을 그려낼 계획이다. 설계를 맡은 ㈜솔토지빈 건축사무소는 새 교구청 밑그림의 특징은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 작품 안에 담긴 정신적 맥인 ‘성서적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조남호(마티아) 건축사무소장은 “건물 중심이 아닌 자연환경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 삶과 죽음, 그리고 새로운 삶으로 지속되는 영성을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특히 새 교구청 건축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인 ‘본질의 일치와 형식의 관용’을 바탕으로 서양의 ‘폐쇄적인 중정’이 아닌 우리나라 전통 서원(書院)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느슨한 중정’ 유형을 적용시킬 계획이다. 따라서 교구청은 소성당과 사제관, 수녀원 등으로 둘러싸이며 만들어지는 중정과 회랑 등을 갖춰 자연과 어우러진 열린 공간이 될 전망이다.
교구는 6월 19일 기공식 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 2022년 10월 준공식을 열 계획이다. 1단계 신축에서 선보일 교구청은 지하 1층, 지상 3층, 대지면적 7만2910㎡ 건축면적 3404㎡ 규모다. 3개 동으로 나눠 교구 통합 사무실과 대회의실, 소성당, 사제관, 수녀원 등으로 구성한 공간이다. 또 건축비 절감 등을 위해 기존 병원의 병사 통합 막사는 재건축을 거쳐 특수 목적의 별관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교구가 설정 이후 처음으로 교구청 건립 및 이전에 나섰지만, 구체적으로 건립기금을 마련하는 데에는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구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모금에 거의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교구장 배기현 주교는 기공식에 앞서 6월 3일 연 교구 사제총회에서 사제들에게 “우리가 먼저 사랑의 마음과 그 실천으로 신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삶을 살자”며 “교구민들을 위해 새 집을 짓는 과정에서도 신자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말고 먼저 모범을 보이자”고 당부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0-910030-14104 (재단)마산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
※후원 및 기부금 영수증 문의 055-249-7121 마산교구청 신축 추진위원회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