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설정 55년 만에 처음으로 교구청 짓는 마산교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21-06-08 수정일 2021-06-21 발행일 2021-06-13 제 324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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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민 신앙과 삶 나눌 ‘성서적 풍경’ 조성… 더 많은 관심 절실
44년 전 지어진 현 교구청 복음화 새 거점 필요한 상황
신자들 교육·문화 터전으로 자연과 하나 될 부지 마련
코로나19로 모금 못 나서

마산교구 새 교구청 조감도. 한국 전통 서원 건축 유형을 적용시켜, 자연과 어우러진 열린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마산교구 제공

숲으로 둘러싸인 곳, 사방에 싱그러운 자연의 기운이 그득하다. 그 중심에 교구민들이 한데 모여 신앙과 삶을 나눌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과 교구 업무공간, 하느님을 찬미하는 전례 공간이 들어선다. 신앙교육과 각종 신심 프로그램은 물론 결혼식과 같은 각종 행사, 신자 가족들의 나들이, 주일학교 학생들의 소풍 등이 다채롭게 펼쳐질 교구민들의 교육·문화·여가 터전이다. 특히 지역민 누구나 오가며 자연스럽게 교회문화를 접하고 친교를 나누는 열린 공간으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마산교구(교구장 배기현 주교)가 지어나갈 새 교구청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교구는 6월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죽헌로72 부지에서 새 교구청 건립의 첫 삽을 뜬다. 교구의 오랜 소원의 실타래를 푸는 첫 장이다.

■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기 교구청이 없는 교구

마산교구는 지난 1966년 부산교구에서 분리 설정,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첫 교구장으로 맞이하고 이후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일궈왔다. 당시 21개 본당에 신자 2만8069명, 사제 25명으로 출발한 교구는 현재 준본당 1개를 포함해 74개 본당에 신자 18만1943명, 사제 170명(외국인 사제 3명, 2020년 12월 통계)으로 성장, 지역교회 안팎에서 활발하게 복음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교구는 50여 년이 훌쩍 넘은 역사 안에서 한 번도 ‘자기’ 교구청을 가져보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교구청은 지난 1974년 자매교구인 오스트리아 그라츠교구민들이 보내준 성금으로 지은 건물이다. 당시 건물은 ‘가톨릭 문화원’으로 문을 열어 교구와 지역 사회를 위한 신앙·문화 활동 공간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 교구는 바로 그 건물 일부를 업무 공간으로 사용해왔다. 게다가 1977년 학교법인 성지학원이 설립되면서 건물이 법인 수익사업 재산으로 귀속, 교구는 연간 7000만 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내오고 있다.

무엇보다 교구 성장세에 따라 교구 업무가 증가되고 다양화되면서, 복음화의 거점으로 활용할 규모 있는 교구청이 필요했다. 이에 교구는 교구 설정 25주년(1991년)을 준비하던 1988년 3대 기념사업을 선정했다. 주교좌성당과 교육관 건립, 그리고 교구청 이전이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교구청 이전은 계속 미룰 수밖에 없었고, 이후 2016년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사업으로 다시 수면 위에 올릴 수 있었다.

■ 새 교구청, 복합 교육·문화 공간으로

교구청을 지을 곳은 요즘엔 보기 드문 널찍한 친환경 부지다. 교구는 설정 5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던 중 2014년 대지와 임야 포함 14만111㎡ 규모의 터를 사들일 기회를 가졌다. 국군 통합병원이 있던 그곳은 교구가 필요한 다양한 공간을 단계별로 채워나갈 수 있는 대규모 부지였다. 또한 도심 인근에선 찾기 어려운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었고, 교구 관할 지역 어느 곳에서든 1시간 남짓이면 접근할 수 있는 교구의 중심 위치였다.

교구는 이곳에 교구청을 지으면서 이른바 ‘성서적 풍경’을 그려낼 계획이다. 설계를 맡은 ㈜솔토지빈 건축사무소는 새 교구청 밑그림의 특징은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 작품 안에 담긴 정신적 맥인 ‘성서적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조남호(마티아) 건축사무소장은 “건물 중심이 아닌 자연환경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 삶과 죽음, 그리고 새로운 삶으로 지속되는 영성을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특히 새 교구청 건축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인 ‘본질의 일치와 형식의 관용’을 바탕으로 서양의 ‘폐쇄적인 중정’이 아닌 우리나라 전통 서원(書院)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느슨한 중정’ 유형을 적용시킬 계획이다. 따라서 교구청은 소성당과 사제관, 수녀원 등으로 둘러싸이며 만들어지는 중정과 회랑 등을 갖춰 자연과 어우러진 열린 공간이 될 전망이다.

교구는 6월 19일 기공식 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 2022년 10월 준공식을 열 계획이다. 1단계 신축에서 선보일 교구청은 지하 1층, 지상 3층, 대지면적 7만2910㎡ 건축면적 3404㎡ 규모다. 3개 동으로 나눠 교구 통합 사무실과 대회의실, 소성당, 사제관, 수녀원 등으로 구성한 공간이다. 또 건축비 절감 등을 위해 기존 병원의 병사 통합 막사는 재건축을 거쳐 특수 목적의 별관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교구가 설정 이후 처음으로 교구청 건립 및 이전에 나섰지만, 구체적으로 건립기금을 마련하는 데에는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구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모금에 거의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교구장 배기현 주교는 기공식에 앞서 6월 3일 연 교구 사제총회에서 사제들에게 “우리가 먼저 사랑의 마음과 그 실천으로 신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삶을 살자”며 “교구민들을 위해 새 집을 짓는 과정에서도 신자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말고 먼저 모범을 보이자”고 당부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0-910030-14104 (재단)마산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

※후원 및 기부금 영수증 문의 055-249-7121 마산교구청 신축 추진위원회

조감도를 펼쳐 보이며 새 교구청의 특징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최봉원 신부.

■ 마산교구청 신축 추진위원장 최봉원 신부

“신자 내적 복음화에 필요한 공간… 사제 먼저 허리띠 졸라매”

신자 물적 부담 최소화 하고자 사제단 생활비 등 절약부터

그럼에도 기금 턱없이 부족

“새 교구청 건립을 계기로 교구민들의 내적 복음화는 물론 지역 사회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 복음화에 힘쓰는 교구가 될 것입니다.”

‘마산교구청 신축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구 총대리 최봉원 신부는 “새 교구청은 무엇보다 교구민과 지역민들에게 열린 복합 교육·문화 공간으로서 더욱 의미가 크다”면서 건축 여정에 최선을 다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산교구청 건립은 꽤 오랜 시간 난항을 겪어왔다. 전 교구민들이 교구 설정 25주년(1991년)에는 새 교구청을 갖추고자 애썼지만 계획은 계속 미뤄졌다. 그 과정에서도 교구는 교구민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활용할 시설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실천, ‘마산가톨릭교육관’ 건립에 먼저 힘썼다. 교육관은 지난 2008년 교구 설정 4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완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산교구는 전국 16개 교구 중 유일하게 교구 소유의 교구청이 없는 교구다. 최 신부는 “마산교구는 엄밀히 말하자면 교구청이 없는 교구”라는 현실을 토로했다.

최 신부는 “신자들은 십수 년 전에도 교육관을 짓는 데 한마음으로 노력했다”며 “이에 따라 교구장 배기현 주교님과 교구 사제들은 교구청 건립 과정에서 무엇보다 신자들의 물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교구는 새 교구청사 내 사제들의 업무와 생활을 위한 공간을 최소화해 건축비 절감에 나섰다. 특히 교구 사제단이 먼저 용돈과 생활비 등을 절약해 건립기금 마련에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각 본당에도 분담금을 할당하지 않고, 신자들의 자유로운 봉헌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건립기금은 신자들과 사제들의 봉헌금, 개인과 수도회, 사도직 단체 등의 특별기부금, 그리고 교구에서 마련한 적립금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0억 정도로 추산하는 건축비를 채우기엔 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교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신자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교구는 앞으로 모든 신자들이 함께하는 ‘교구청 신축을 위한 기도’ 등을 바치며 기도로 힘을 얻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교구청이 완공되는 그날까지 노력에 노력을 더할 방침이다.

“교구청 건축과 이전은 마산교구의 숙원(宿願) 사업이자 하느님과 교회를 위하는 사업이기에 순조롭게 잘 진행되리라 믿습니다. 전국의 모든 신자분들께서도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고 건립기금 마련에 동참해 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