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명예기자 단상] 성가정을 꿈꾸며

신중재(안토니오) 명예기자
입력일 2021-09-14 수정일 2021-09-14 발행일 2021-09-19 제 3262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미사 말미에 신부님이 전교에 대해 말씀했다. 예년과는 달리 세밀하고 구체적인 방법이었다. 우선 미사 전, ‘입교를 위한 전 신자들의 기도’를 바치고, 레지오 단원들은 예비신자를 물색하여 ‘입교자 봉헌카드’에 이름을 올려 하느님께 봉헌하며, 그들을 입교시켜서 세례받을 때까지 기도하고, 정성으로 돌보아 새 식구로 만들자고 했다. 한눈에 확 띄는 입교홍보 전단지도 제작하여 주보에 끼워 신자라면 누구나 전교하도록 활동거리를 주셨다. 교황님의 초상이 들어 있는 대형 입교안내 포스터를 제작하여 대중이 많이 다니는 곳에 부착하도록 하였다. 입교식이 있을 몇 주 전부터는 주일 아침부터 액션 단체에서 성당 마당에 예비신자 접수대를 설치하고 환영했다. 예비신자 가슴에 꽃과 명찰을 달아주고 성당 안으로 친절히 안내하여 미사에 참례토록 하였다. 나도 가족들을 전교하고 싶었다. 며느리들이 선뜻 응해 줄지 몰라 망설였다. 그러던 2년 전, 어버이날 가족 모임이 있었다. 망설이다가 작은 며느리에게 슬쩍 말을 꺼내 보았다.

“작은 아가! 다가오는 19일 날, 성당에서 예비신자 입교식이 있는데….” “예, 아버님! 형님과 함께 이번에 입교하기로 맘먹고 있어요. 애들도 함께 하느님 자녀가 되기로 약속해 두었습니다.” “어휴! 그래, 정말 고맙구나! 그럼 한꺼번에 네 명이나 입교를 하게 된다는 말이냐? 어버이날 선물치고는 최고의 선물이구나!”

성가정 꿈의 일차 관문을 통과한 기분이었다. 조금 늦게 참석한 큰 며느리는 “우리가 세례받으면 애비도 냉담 풀고 신앙생활을 하기로 약속했어요.”

드디어 입교식 날이었다. 우리 쁘레시디움이 교통 봉사일이라 성당 입구에서 차량 안내를 하고 있는데, 큰 며느리 승용차가 성당으로 들어왔다. 그때, 2학년 손녀가 차 문을 내리고 할아버지를 부른다. 몇 분 뒤, 길 건너편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도 나를 부르며 뒤뚱거리며 달려왔다. 우리들은 성당 마당에서 서로 껴안고 동동 뛰며 반가워했다.

손녀, 며느리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입교자 환영식이 있었다. 예비신자들을 신자들 앞에 소개했다. 며느리와 손녀들이 너무 대견했다. 나는 1983년 영세 후, 지금까지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성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으나 자식들은 유아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부터 냉담을 하고 있어 마음 한구석이 늘 서운했다. 며느리들에게 전교의 불씨가 앉는다면 아들들과 딸들까지 냉담을 풀고 성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래서 금년 입교 기회만큼은 놓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자식들의 전교를 위해 성경을 필사하기로 맘먹었다. 틈을 내서 열심히 써서 아내는 완필하고, 나도 곧 끝난다. 매일 묵주기도 지향도 ‘자식들의 입교와 회두를 위하여’ 바치고 있다.

영국이 낳은 최고의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튼이 히트곡을 내지 못해 슬럼프에 빠져 술과 마약으로 살 때 태어난 아들이 ‘코너’였다. 그는 아들을 위해 새 삶을 살아 보려고 애썼으나 매번 실패하고 결국은 별거한 아내와 아들이 살게 되었다. 크게 반성한 그는 술과 마약을 끊고 아들과 만나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아들은 ‘I love you’라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아빠를 기다리다가 베란다에서 추락해서 죽는다.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것을 ‘기회비용’이라 한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밭에 묻힌 보물과 같다’라고 했다. 밭을 갈다가 보물을 얻으려면 자기가 가진 재산을 팔아 그 밭을 사야 한다. 이렇듯 하늘나라의 행복을 얻으려면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중재(안토니오)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