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구대교구 ‘나눔곳간’ 호응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1-10-12 수정일 2021-10-12 발행일 2021-10-17 제 326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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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위해 곳간 문 열었더니, 사랑이 채워졌죠”
11개 본당 참여해 각각 운영
생필품과 먹거리 기부받아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 도와

대구 내당본당 이태곤 재가복지위원장(맨 오른쪽)이 10월 6일 본당 나눔곳간 앞에서 재가복지위원들에게 나눔 상자를 나눠주고 있다.

“가장 절실한 고민을 해결해드린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 맛에 성당 다닙니다!”

10월 6일 오후, 대구 내당본당(주임 박장근 신부) 재가복지위원들이 모여 생필품이 든 상자를 들고 대화를 나눈다. 이태곤(마르티노) 위원장이 “대리구에서 나눔 상자가 들어왔다”고 온라인 대화창에 공지하자마자 위원들이 성당으로 모여든 것. 생필품과 식료품이 가득한 상자를 들고, 위원들은 각자 속한 소공동체 구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대구대교구가 생필품과 먹거리를 이웃과 나누는 ‘나눔곳간’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타격을 입었으나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참여본당을 모집, 현재 대구 내당·대덕·도원·송현·윤일·황금본당, 군위본당, 경산 백천·진량본당, 구미 형곡본당, 칠곡 중리본당의 11개 본당이 동참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나눔곳간은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던 조 대주교의 생각에 교구청 사제들이 머리를 맞댔고, 교구 사회복지회(국장 최광경 신부)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나눔곳간에서는 누구나 물품을 기부할 수 있고, 필요하면 가져갈 수 있다. 처음에는 교구와 대리구 사회복지회가 마중물이 될 물품을 채워 넣었으나, 이후에는 본당 신자들과 사제, 수도자들의 작은 기부들이 이어지고 있다.

교구 사회복지회 사무국 박대규(안드레아) 과장은 “물품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웃과 대화를 하며 마음을 나누는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버려지는 음식이나 물건을 줄이고 나눈다는 점에서 생태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나눔곳간 운영은 본당마다 조금씩 차별성을 두고 있다. 윤일본당(주임 주흥종 신부)은 신자들이 주로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물품을 전달하고 말벗도 되어드리고 있다. 송현본당(주임 나진흠 신부)은 성당 마당 벤치에 나눔곳간을 설치해 어느새 지역민들의 쉼터로 자리잡았다. 형곡본당(주임 김명현 신부)은 서로 주고받는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도록 물품교환권을 이용하도록 하며, 직접 오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방문 배달을 하고 있다.

교구 사회복지국장 최광경 신부는 “생계가 갑자기 어려워졌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있어 표현조차 못 하는 이웃들이 많다”며 “그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어 ‘착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53-422-3411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