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에서 활동할 장병들 마음 건강 책임질 것” 유일한 군종장교로 승선 수 개월간 동고동락하며 신앙·정서적 지원 도맡아
군종교구 권호섭 신부는 해군 청해부대 제36진 군종참모로 파병을 앞두고 “제가 받은 사랑을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사제다운 파병 소감이기도 하지만 이 말에는 긴장감과 비장함이 담겨 있었다.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기도 속에 군종사제이자 군종참모로서 안전한 임무수행을 점검하고 있는 권 신부로부터 파병 각오와 준비상황을 들어 봤다. ■ 서품 성구 생각하며 기도 속에 파병 준비 권 신부가 청해부대 소속으로 파병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올해 초였다. 군종교구 해군 사제단 맏형인 김준래 신부(해군본부)가 권 신부에게 “파병 갈 수도 있다”는 말을 얼핏 던졌다. “이때만 해도 어디를 가더라도 사제로서 가는 것이고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고 믿기에 특별한 소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파병 날짜가 다가올수록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져서 더 열심히 기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서품 성구 ‘너희는 빛이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는 말씀도 새롭게 되새깁니다.” 지난 7월에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에게 코로나19가 집단 발생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타전되면서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까지 나서 긴급하게 장병들의 귀국을 지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예전 같으면 파병을 준비하는 군종신부들은 함께 파병에 참여하는 장병들과 모여 교육을 받고 파병 중 필요한 간식거리와 물품, 축일이나 생일 선물 등을 사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청해부대 제34진 긴급 귀국 후 해외에 파병되는 첫 군종사제인 권 신부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파병을 준비해 왔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 “우선 8월 초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고, 함께 승선하는 장병들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수시로 PCR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공공장소 방문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파병 관련 물품을 구입하는 등 가급적 외부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 파병은 종교 간 화합의 기회 권 신부는 출항이 가까워질수록 최대한 함정 내에서 머물며 긴장상태에 있는 청해부대 제36진 장병 300여 명에게 신앙적, 정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구상 중이다. 유일한 군종장교로 함정에 승선하기 때문에 천주교 신자 장병들을 위한 사제로서의 역할은 물론, 불교와 개신교 등 타 종교 장병들도 자체적으로 신앙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천주교 신자 장병들을 위해서는 파병 기간 중 한 번이라도 더 미사를 봉헌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장병들의 임무 수행 시간을 고려해 원하는 때에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미사 시간대를 다양하게 나누려고 합니다. 특히 내년 여름께 복귀가 예상되는 이번 파병 기간에는 주님 성탄 대축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 부처님 오신 날이 모두 포함돼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권 신부는 이번 파병을 앞두고 해군 작전사령부 소속 개신교 군종목사와 불교 군종법사와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협력했다. 개신교와 불교 신자 장병들의 종교 활동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듣고, 종교별로 신자 간부 중 한 명씩 ‘군종 위원’도 선임했다. 권 신부에게 해외 파병이 종교 간 화합의 기회도 된 것이다.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