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95)믿음의 문제/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18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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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현 교황이 물러나면 그의 계획들은 어떻게 될까
우리 믿음은 교황들이 아닌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둬야

새해가 시작되면 교황청 관측통들은 교황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수정 구슬을 바라보며 예측한다. 몇몇 사람들은 교황이 그해 무슨 일을 할지 대담하게 예측을 하지만, 다른 이들은 대개 조심스럽게 이미 결정된 일이나 현재 타진하고 있는 일들만 끄집어낸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활동을 예측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다. 교황의 측근이나 반대자들은 교황에 대해 설명할 때 무수히 많은 형용사를 사용하지만, ‘예측 가능한’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제 85세의 고령이지만 여전히 마술 부리듯 뚝딱 해결책을 내놓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가 사랑받고 또 미움받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의 주교로 보낸 거의 9년의 시간 동안 그는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가톨릭 신자는 물론 타종교인, 또 종교가 없는 이들도 그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많은 추기경과 주교, 젊은 사제들을 비롯해 그를 좋아하지 않는 부류도 있다.

하지만 이 두 부류 가톨릭 신자들의 공통점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과도한 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교황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는 유감스러운 일일뿐만 아니라 실제로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성경에도 이러한 가슴 아픈 구절이 있는데, 주로 시편에서 발견할 수 있다. “너희는 제후들을 믿지 마라, 구원을 주지 못하는 인간을. 그 얼이 나가면 흙으로 돌아가고 그날로 그의 모든 계획도 사라진다.”(시편 146,3-4)

시편의 다른 구절과 예언서도 다소 다른 방식으로 같은 말을 전하지만 메시지는 같다. 제후와 대통령, 총리 혹은 교황 등 그 어떤 인간 지도자도 궁극적으로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죽거나 현직에서 물러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들의 계획과 프로그램 다수는 그들과 함께 사라진다. 이런 전망은 의심의 여지 없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안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혁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겐 위로가 될 것이다. 그들은 분명 프란치스코 교황이 표방하고 있는 ‘시노달리타스’가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개혁적인 가톨릭 신자들은 어떨까?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다음 교황이 프란치스코의 프로그램과 그가 교황직을 수행하며 주안점을 뒀던 것들에 브레이크를 건다면, 이들은 포기하거나 교회를 떠날 것인가?

지금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게 희망을 걸었던 극단적 보수주의자나 전통주의자 사이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초기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싸웠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포기를 한 것처럼 보인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게 희망을 걸고 그를 믿었기 때문에 가톨릭으로 개종했던 사람들은 특히 그렇다.

우리는 종종 ‘제2차 바티칸공의회적’ 혹은 ‘진보적’이라고 자신을 밝히는 가톨릭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이야말로 여전히 너무 보수적인 추기경들과 주교들, 사목자들이 득세하고 있는 교회를 구할 마지막 위대한 희망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류의 가톨릭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는 더 많은 추기경들을 서임해 이들이 현 교황과 같은 후계자를 뽑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의 뜻을 따르는 교구 주교들을 임명해 교구 차원에서도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만약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그가 자신의 비전을 따르는 추기경단을 쌓았지만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믿는 다른 누군가를 뽑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그저 단순한 가능성의 영역이 아니다. 1958년 성 요한 23세 교황이 선출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늙고 노쇠한 이 ‘임시직 교황’이 공의회를 소집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반대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어떻게 트리엔트 전례예식을 자유화하는 법적 절차를 밟았고 라틴어 미사를 영속시키려는 목적으로 새로운 수도회와 공동체 설립을 허용했는지 생각해 보라. 또 다른 교황이 전임자가 아직 교황청의 은퇴 사제관에서 살고 있는 가운데 손쉽게 이 같은 결정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과 몇 달 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결정을 뒤집어 버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팬들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무엇이 우리를 로마 가톨릭교회의 신자로 남아있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교회를 떠나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성탄 시기 우리가 기념하고 있는 종교적 축제와 ‘신앙의 신비’를 통해 우리는 냉철하게 그리고 기쁘게 우리의 진정한 믿음과 희망은 제후들이나 교황들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믿음과 희망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다.

만일 우리가 이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결코 실망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만일 어느 교황의 계획이나 프로그램이 어느 날 허사가 되더라도 우리의 신앙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